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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명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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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Jun 29. 2022

내면의 박물관에서 명상하기

싱잉볼처럼 깊은 울림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

 

 반짝이는 루브르의 피라미드를 보러 갔다가 골목골목의 오래된 뮤지엄을 발견하는 즐거움에 푹 빠졌던 파리(Paris). 어쩌면 케케묵은 옛 물건에 지나지 않을 유물들을 진지하게 감상하던 푸른 눈의 아이들이 신기했고, 문화적 안목과 영감을 일깨워줄 넘치는 인프라를 당연하게 누리는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주어지지 않았다면 노력해서 얻자. 시키면 하기 싫어도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는 재미있는 ! 평소에도 미술관과 박물관을 좋아했지만 파리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국내의 크고 작은 박물관을  본격적으로 찾아다녔다. 몇 시간씩 버스를 타고 비포장길을 걷는 수고를 마다않았고, 학예사나 전시해설사니지만 한국박물관협회의 전문인력교육을 이수했다. 업계 종사자들의 학술대회에 자주 참석했고 박물관 아르바이트도 해봤다. 여행을 계획할 그 나라에 어떤 박물관이 있는지를 따졌는데, 세계 3대 박물관(늘 그렇듯 '3대'라는 건 유동적이다)이라는 루브르, 영국(대영), 에르미타주 외에도 여러 곳을 다녔지만 때마다 새로운 보물 창고들이었다. 


 가장 자주 간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이었는데 특히 <큐레이터와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전시실에서 약 30분 동안 특정 유물을 주제로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는 자리였다. 당시엔 참석 인원이 많지 않아(2~10명) 해당 유물에 대한 궁금증뿐만 아니라 관련된 고고학적 개념과 이슈에 대해서도 질문할 수 있었다. 가끔 어떻게 유물을 관리하고 전시하는지에 대해 일반인이 알기 힘든 고급 정보를 알려주실 땐, 족집게 과외라도 받은 양 속으로 재를 불렀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꼭 참여해보시길.


 옷을 입고, 식사를 하고, 집을 짓고, 물건을 만들고, 일을 하고, 질병 또는 전쟁과 싸우고, 가족을 지켰던 선조들의 삶은 들여다볼수록 현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를 상상하고 유추하면 현재와 과거, 이곳과 저곳, 나와 남의 경계는 어느새 모호해졌다. 남산골 한옥마을의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에서는 성곽처럼 조성된 길을 따라 중심에 다다랐을 때, 끝없이 펼쳐진 시공간의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티끌보다 작은 존재인 내가 무한한 우주의 일부이자 전부임을 깨닫는 순간, 일상의 자잘한 고민은 사라지고 없었다.


 물관에 가면 자연히 명상이 됐다. 어쩌면 등잔을 밝힌  낮은 조도와 조심스레 울리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만으로 충분했는지도... 시간과 고통을 이겨낸 아름다운 물건들은 고유의 진동과 아우라를 뿜어냈. 언젠가부터 사람들에게 명상하러 박물관에 간다고 말했다.






 지금 내가 명상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해도 명상으로 생성해내는 에너지는 나와 세상에 매우 유익합니다. - 틱낫한



 "띵---"


 높은음으로 맑게 울리는 '띵샤(티벳의 전통 명상 악기)' 소리. 맑고도 길게 이어지는 소리가 굳어 있는 감각을 부드럽게 흔들어 깨운. 휴대성이 좋아서 출퇴근할 때 가방에 넣어 다니고 필요한 때 꺼내 소리를 듣는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 서울에서 평택으로의 이사, 매장 오픈 등 삶의 우선순위가 쉴새없이 바뀌면서 박물관에 가지 못한 지 3년도 넘은 어느 날. 휴일에 놀러 간 반품 마켓(전시 상품이나 반품된 상품을 정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가게)에서 남편이 내가 좋아할 물건을 봤다며 건네보였다.


"어? 싱잉볼이야?"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일 것 같은 깜찍한 크기의 머신메이드 싱잉볼. 그 일을 계기로 마침내몇 년 동안 생각만 하던 싱잉볼을 주문했다. 요가원을 다니며 힐링 세션을 여러 번 경험한 덕에 싱잉볼이 몸에 미치는 유익한 효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연주하면 언제든 내면의 박물관으로 떠날 수 있을 같다.


 네팔에서 출발한 핸드메이드 싱잉볼이 도착한 건 약 보름이 지나서였다. 일일이 망치로 두들긴 표면은 매끈하지 않았지만 장인의 정성이 엿보였고, 풍부한 소리는 판매자가 미리 보내준 영상과 같았다. 현지까지 힘들게 싱잉볼을 사러 가지 않아도 미리 소리도 들어볼 수 있으니 감사한 세상이다.


구입한 두 개의 싱잉볼.

 

 몇 가지 음계를 두고 고민하다 D와 E음계를 고른 건, 높고 시끄럽기보다는 낮으면서 조용한 소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음계라고는 해싱잉볼은 여느 서양 악기처럼 음이 확하지 않아서 연주하는 위치나 방식에 따라 다른 음계로 바뀌고 여러 음이 한 번에 들린다. 전통적으로 7가지 금속(구리, 주석, 철, 아연, 납, 금, 은)을 녹여서 만들기에 생기는 싱잉볼의 자연스러운 특징이다.

 

 주파수가 매우 근접한 2개 이상의 파동이 서로 간섭을 일으켜서 주기적으로 진폭의 크기가 변하는 새로운 합성파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맥놀이'라고 한다(이 때문에 웅웅 거리는 진동이 발생한다). 보통 2~8Hz 사이인 싱잉볼의 이런 맥놀이 진동은 뇌파를 알파파, 세타파, 델타파 상태로 동기화시켜 깊은 이완과 명상을 가능하게 해 준다. 물론 싱잉볼의 풍성한 진동 자체만으로도 70%가 물로 구성된 체의 진동을 조화롭게 정렬하는 효과가 있다.


  올해 초 입적한 틱낫한 스님은 '종을 친다'는 말보다 '종소리를 초대한다'는 표현을 사용했. 종소리를 초대할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함께 초대하면 어떨까? 명상에는 정답이 없고 각자의 방식만이 있을 뿐이겠지만, 지금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명상하는 편이다. 언젠가 이 글을 읽고 많이 부끄러워질 수도 있겠지만 나중과 비교하기 위해 적어둔다.


1) 명상 전 20-30분 정도 요가(스트레칭)를 한다.

2) 자리에 편하게 앉는다.

3) 천천히 심호흡을 세 번 하고 띵샤를 울린다.

4) 처음에는 살살, 나중에는 좀 더 세게 싱잉볼을 두드린다. 소리를 들으며 몸의 느낌과 떠오르는 생각들을 관찰한다.

5) 두 개의 싱잉볼을 번갈아 연주하면서 소리가 겹쳐지며 발생하는 진동을 들으면서 다시 관조해본다.

6) 잦아드는 종소리와 함께 완전한 침묵 속에 들어간다. 의식은 또렷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존재하는 상태에 머무른다. 나는 점점 투명해지고 모든 것과 하나가 된다.

7) 원하는 때 띵샤를 리고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싱잉볼 안에 원하는 크리스탈을 넣어 명상 및 치유의 효과를 증폭시킬 수도 있다.


  복잡하고 무거운 생각의 스위치를 잠시 내리자. 정신이 맑아지고, 숨은 아이디어와 엉뚱한 발상도 고개 내밀 틈이 생길 수 있게. 보이지 않는 세포 하나하나를 응시하고 정화하는 일은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조화로운 진동을 선물해준다. 싱잉볼처럼 고요하고 깊은 울림을 가진 사람은 주변 또한 평화로운 진동으로 물들일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경제적인 내면의 박물관에서는 오늘도 누구나, 맘껏 명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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