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푸는 생각보다 편하고 깨끗하다
샴푸 없이 물로만 머리 감는 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즐겨 보는 전자책 앱에서 <물로만 머리 감기, 놀라운 기적>(우츠기 류이치 지음, 홍주영 옮김)이라는 책을 발견! 저자는 샴푸의 유해성을 폭로하며 일본에서 '물로만 머리 감기 열풍'을 일으킨 의사다. 교양 있고, 박식한 그의 은사는 한 달에 한 번씩 물로 머리를 감았는데 한 번도 냄새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지적한 샴푸의 폐해를 요약해 보면(자세한 내용은 원문 참조).
1) 피지샘 과잉 발달 - 모발 영양실조 및 염증, 끈적임, 냄새 증가 :
샴푸가 두피 표면의 피지를 송두리째 없애면 정상적으로 유지되어야 할 피지도 모두 사라진다. 부족해진 피지를 보충하기 위해 두피의 피지샘은 더 많은 피지를 분비하면서 커진다. 머리카락으로 공급되어야 할 영양분이 피지샘으로 흡수되면 머리카락은 영양 부족으로 솜털처럼 가늘어지고 큐티클은 건조해져 젖혀 올라간다. 또한 비대해진 피지샘에서 나온 다량의 피지는 산화되어 염증으로 이어지고, 피지의 산화로 만들어진 과산화지질의 양이 늘면 끈적임과 냄새가 증가한다.
-> 노푸를 실천하면서 피지샘이 쪼그라들어 피지 분비가 줄어들면, 피지샘에 빼앗기던 영양분이 머리카락으로 전달되어 모발이 점점 굵고 튼튼해진다. 과산화지질의 양도 크게 줄어 냄새가 사라진다. 물로만 머리를 감는 사람의 두피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샴푸를 사용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깨끗하다.
2) 두피가 얇아진다 :
강력한 세정효과를 지닌 계면활성제는 두피의 방어막을 무너뜨리고 건조하게 만든다. 두피가 건조해지면 표피의 맨 아래 부분에 있는 기저층에서 신진대사가 멎어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지지 않고, 세포 수가 부족해서 두피가 얇아진다. 두피는 모발의 '밭', 모발은 '작물'에 해당하기에 밭의 두께가 부족하면 작물은 충분히 뿌리를 뻗을 수 없다. 따라서 모발이 가늘어지고 머리숱도 줄어든다.
-> 샴푸를 끊으면 표피의 방어 기능이 유지되므로 두피가 수분을 회복하여 기저층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두피는 두꺼워진다. 그 결과 머리카락이 충분히 깊게 뿌리를 뻗어, 굵고 길게 자란다.
3) 상재균과 모근간세포를 죽인다 :
두피에는 수많은 박테리아나 곰팡이균 등이 정상적으로 서식하면서 우리의 두피를 다른 세균이나 병원성 곰팡이의 침입으로부터 지켜준다. 샴푸에 들어있는 강력한 방부제는 상재균을 죽여 지루성 피부염이나 탈모를 일으키고, 계면활성제는 모근간세포(모발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세포)를 직접 손상시키는 세포독성을 일으킨다.
-> 상재균이 활발하게 활동하면 두피가 건강하고 청결하게 유지된다. 또한 모근간세포 본연의 기능이 회복되면 건강한 모발이 만들어진다. 모발에 생기와 탄력이 살아나면 모발 자체의 정발력이 되살아나 모발이 가지런해지고 빛이 난다.
4) 모공으로 화학물질이 스며든다 :
샴푸에 들어 있는 다양한 화학물질은 머리를 감는 동안 두피의 모공으로 스며들고, 충분히 헹궈지지 않으면 머리를 감은 뒤에도 모공으로 계속 흡수된다. 피부는 땀이나 피지 등을 체외로 배출하는 배설기관으로 무언가를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입이나 위처럼 자정작용을 갖추고 있지 않다. 샴푸에 들어 있는 발암 성분과 호르몬 교란 성분으로 암, 난소낭종이나 갑상선종, 자궁내막증 혹은 불임이 생길 위험도 있다.
-> 두피뿐만 아니라 몸과 얼굴도 물로만 씻을 것을 권한다. 비누와 샴푸는 피부 건조를 유발하고 피지샘을 발달시킨다. 화장을 한다면 순비누로만 씻자. 특히 남성의 모공 크기는 여성의 것보다 두 배 이상 크다. 그만큼 남성의 피부가 화장품에 함유된 화학물질의 폐해를 훨씬 많이 입게 된다.
일단 노푸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으니 머리카락을 최대한 자르고 싶었다. 숱 많은 머리로 도전했다가 흐지부지 그만두기는 싫으니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다. 이참에 투블럭으로 잘라버려야지.
인생 첫 투블럭 커트를 무사히 해내기 위해 괜찮아 보이는 두 가지 스타일을 찾아 핸드폰에 저장 완료. 미용실에 가서 보여드리며 둘 중 어울리는 모양이나 양쪽을 절충한 스타일로 커트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속의 머리는 이발기로 짧게 잘라도, 바깥쪽 윗머리는 귀를 살짝 덮거나 꽂을 수 있는 공통점이 있는 사진들이었다. 그보다 훨씬 짧은 커트머리를 한 여자 원장님은 알겠다며 세상에서 제일 예쁜 커트를 해주겠다고 하신다.그리고 잠시 후.
"원장님, 저 옆머리 귀에 꽂을 수 있는 거 맞나요? 좀 많이 자르신 것 같아서."
"옆이요? 옆은 다 자른 거죠. 시원하게 팠는데. 그게 더 예뻐요."
"음... 하하하; 아까 꽂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내 머리는 아주 보이시한 스타일로 완성되었고, 남편은 그날부터 미소년과 사랑에 빠졌다.
커트와 함께 부스스함을 없애는 펌을 했기에 미용실에 다녀온 당일과 다음날 머리를 감지 않았다. 대망의 그다음 날, 드디어 물로만 머리를 감아봤다. 손끝으로 몇 번 머리를 문지르니 나름대로 개운했고, 물로 샤워까지 다 하고 정리해도 10분? 너. 무. 빠르고 편해서 실소가 터졌다. 이참에 세안도 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으로 후루룩 쓱삭~! 끝내면 얼마나 편할까.
다음날부터 세안도 물로만 하기 시작했다. 화장은 하지 않은지 오래라 일상적 피지는 물로 충분히 씻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려움이 없다. 양손에 미온수를 담아 얼굴에 댔다가 떨어뜨리는 식으로 적시며, 출렁이는 물의 흐름으로 자극 없이 씻는다. 가끔 얼굴이 거칠게 느껴질 때만 거품을 낸 세안 브러시로 각질을 제거했다.
그 후로도 특별히 머리의 지저분함을 느끼지 못해 이틀에 한 번씩 물로 감았다. 1시간 이상 들고 있던 드라이어는 5분 이내로 미지근한 바람만 사용하고, 머리가 조금 마르면 앉아서 명상을 한다. 천천히 머리가 마르는 동안 내 안의 망상과 집착도 모두 사라져 버려라.
오늘로 노푸 14일째.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는 노푸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 중인 것 같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샴푸를 하지 않으면 머리가 뻣뻣해지지 않아 린스도 할 필요가 없다. 샴푸도 린스도 바디워시도 폼클렌저도 비누도 필요 없는 샤워! 이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세계.
아직 성공이라 말하긴 이르지만 분명한 건 '할 만하다'는 것. 이쯤 되니 창포물에 멱을 감던 조상들의 지혜도, 자연이 준 아름다운 털을 알아서 잘 유지하는 비인간 동물들도 새삼 경이롭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