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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Mar 15. 2023

사지 않고 입양하며 알게 된 것들

우리 삶에 동물을 초대하는 다양한 방법


 둘째 냥이를 데려오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평택시 동물보호소였다. 때마침 온몸을 달달 떠는 통통한 강아지 한 마리가 입양자인 듯한 분에게 안겨 나오고, 여럿이 기념 촬영을 하는 광경이 보였다. 사무실에서 인도 절차를 밟는지 사람들이 부산스러운 동안, 공간 전체에서 나는 강한 냄새를 잠자코 맡으며 기다리니 직원분이 나오셨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어서... 보러 왔는데요."

"아 고양이가 지금 없는데. 아까 단체에서 와서 싹 다 데려갔어요. 지금 코숏 하나 있는데."

"코숏 좋아요!"

"그럼 잠깐 보실래요?"


 안내받은 사무실 옆 컨테이너로 들어서니 노란색과 갈색, 흰색 털이 섞인 고양이가 보였다. 우리를 올려다 보더니 왔다 갔다 하며 철창에 반복해서 몸을 비비고 애교스러운 울음소리를 낸다. 들어가자마자 맞은 편의 개가 귀청이 떨어지게 짖어대는 통에 교감하기가 어려웠는데, 막 출산을 하고 새끼들 때문에 한창 예민하다고 했다. 불안한 개도 이해되고 그런 개와 같은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고양이의 처지도 안타까웠다.



보호소에 있던 고양이 - animal.go.kr에서 사진을 찾았다.

 "저, 쟤가 지금 예민해서, 이제 나가셔야 할 것 같아요."


 재촉하는 직원분을 따라 30초도 안 되어 컨테이너 밖으로 나왔다.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보호소에 있는 고양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게 된 날이었다. 직원분은 보통 3월 중순 이후로 고양이가 많이 들어오니 그때 다시 들르라시며 중성화도 시켜줄 수 있다고 하신다.


 시 보호소를 나오는 길에 혹시 다른 동물보호소는 없는지 검색하다가 사설 동물보호소를 하나 발견했다. 차로 10여분 거리의 주소지에 도착하니 웬 유치원 건물과, <유치원 내 동물 시설은 개털이 날리니 철수하라>는 항의성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혹시 저 유치원…?


 입구를 찾기 어려워 전화를 걸었다(나중에 알고 보니 사설보호소는 몰래 동물을 버리고 가는 사람이 많아, 보호소 입구를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한다). 들어서며 들은 바로는 다른 곳에서의 임차 문제로 얼마 전 옮겨왔는데, 운영하지 않는 유치원을 인수해 정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고양이 입양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니 보호 중인 고양이들을 보여주셨는데 모두 1살 이상으로 파양의 아픔을 가진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시 보호소만큼은 아니었지만 냄새에 숨이 막혔고 특별히 끌리는 아이를 발견하지 못해 발길을 돌렸다.


 주중에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오는 유기묘와 파양묘들을 틈틈이 보며 입양 신청을 했다. 각종 동물구조단체들, 포인핸드, 주세요닷컴, 고양이라서다행이야, 우연히마주친반려동물 - 등등. 내 눈에 예쁜 아이는 남들 눈에도 그렇고, 업자들도 있어 경쟁이 치열한 까닭에 글이 올라온 지 몇 분이면 입양 예약이 끝나는 곳도 있었다. 입양비는 무료에서 5만 원 이하였는데 개중에는 입양 신청시 과도한 개인정보(집의 내부구조가 담긴 사진 여러 장이라든지 월소득, 생년월일 등)를 요구하거나 다른 고양이를 (함께) 데려가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다.


 형제자매 고양이들과 함께 있는 아이들은 굳이 떼어놓으면서 한 마리만 데려오기 싫었고, 두 마리 이상 입양은 부담스러웠다. 구조해서 키우고 있는 첫째와 비슷한 점보다는 다른 부분이 많길 바랐기에 그 과정에서도 많은 고양이를 패스했다. 생각보다 이 아이다 싶은 묘연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다음 주 휴일, 규모가 꽤 클 것 같은 경기도 안성의 한 동물보호소에 찾아갔다. 하지만 정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힘들게 알아낸 핸드폰 번호로 전화하자 예약 후 방문해서 봉사 활동을 3번 해야 입양 자격이 주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가깝지 않은 거리에 그냥 돌아오는 게 영 맥이 빠져서, 오는 길에 보호소 역할을 겸한다는 펫샵에 속는 셈 치고 들러보았다.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은 외관부터 화려했고 가게 이름도 포털 사이트에서 본 상호와 달랐다. 유기묘를 보여달라고 하니 작은 별도 공간으로 안내되었는데, 기본 용품 등을 합친 입양비가 최소 60만 원 이상이라고 한다. 시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무료로 데려올 수 있는데…

 넓은 홀에는 1-3개월쯤 된 아깽이들이 반짝이는 유리부스 안에서 구애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고양이 눈빛이 이렇게 우수에 차 있고 호소력이 넘쳤던가? 우리 집 뽀는 매일 카랑카랑한 눈빛으로 우릴 쏘아보는데… 그만큼 간절한 고양이들의 눈망울을 하나씩 보다가 유독 기운 없이 늘어진 아이가 눈에 띄어 물었다.


"얘는 왜 이렇게 힘이 없어요?"

"아뇨, 원래 제일 애교 많은 아이예요. 마음에 드시면 걔는 가격 잘해드릴 수 있어요."


 굳이 안아보라셔서 잠시 받아 안으니, 아이는 내 팔 위로 힘없이 축 늘어져 기댔다. 한눈에 봐도 어딘가 아픈 듯.

 평균 130만 원쯤 되는 가격표가 붙은 아이들 틈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50만 원에 데려가라던 아이. 보호소 역할도 한다더니 그냥 돈이 되는 일은 다 하는구나. 고양이들을 가두고 끊임없이 강제 임신시키며 생산한 새끼 고양이들을 젖도 떼기 전에 데려와 물건처럼 파는 것도 모자라서, 아프면 방치하다가 헐값에 처분하고, 유기묘(라고 주장하지만 아닐 것 같은)는 상품을 잔뜩 끼워서 파는 식이라니…





  손품 파는 일에 조금 지쳐있기는 했지만 다시 온라인 사이트들을 복습하며 놓친 아이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기왕이면 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보호소와 펫샵을 다니며 점점 사라져서, 2살 이하라면 첫째(약 8개월령)와 그런대로 어울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하면 개냥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 또한 고양이들끼리 잘 어울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도도한 고양이 본연의 모습에서 개냥이가 되기까지 그들이 얼마나 힘든 일을 겪었을지(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알 것 같아서.

 그렇게 시야를 넓히다 보니 문득 처음 보는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이 아이!

 

 짙은 검정과 흰색 털이 반반 섞인 듯한 노르웨이숲 믹스묘. 어찌 보면 고독하고, 어찌 보면 씩씩해 보이는 아이는 올해 1월, 추운 날씨에 길에서 발견되었다고 했다. 아직은 어린 데다(고양이의 수명은 평균 15-20년이다) 털도 길어서 혼자서는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한 구조자가 기본 검진과 예방 접종을 마친 채 보호하고 있었다. 1살 정도로 추정되는 아이는 겁이 많은 성격으로 사람의 손길을 아직 무서워한다고 했다.


 2월 중순 첫 입양글이 올라왔지만 3월 초까지도 입양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이던 아이. 순종이 아니어서 업자들도 외면하고 1살이 된 탓에 일반인도 꺼릴 수 있는 아이가 내 눈에는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처럼 예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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