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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Jul 08. 2023

"노푸" 10개월째입니다.

머리도 삶도 아름답게! 노푸의 매력


 샴푸 없는 삶이 가능할 줄이야. 물로만 머리 감기, 즉 노푸(No Shampoo)를 실천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호기심에 시작한 처음도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 머리를 감고 말리는 데 쓰는 긴 시간을 줄일 수만 있다면 득이다. 그 시간을 명상, 글쓰기, 고양이와 놀기, 조금 더 자기 등 하고 싶은 일에 쓸 수 있다면 해볼 만하지!


 얼굴과 몸도 물로만 씻기 시작했다. 출근할 때와 자기 전 욕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확 줄었다. 물로만 씻으니 세수나 샤워 후 무언가 바를 필요도 없었다. 유수분이 어느 정도 남겨진 피부는 당기는 느낌이 점점 사라졌고 불필요한 화학물질은 오히려 모공을 막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결국 뭔가를 바르는 시간까지 절약됐다. 겨울과 봄에는 2주에 한 번 정도 가볍게 스크럽(각질제거)만 해주었다.


 '물로만 머리와 몸을 씻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데 정말 괜찮다고?'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겠지만 해보면 의외로 충분히 개운하다. 특히 여름엔 땀을 흘리다 보니 샤워를 자주 하는데 그때마다 시간을 '버는’ 셈이다. 관습의 틀을 깨면 생활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왜 이제야 알았는지 억울할 정도다. 어차피 사람들은 내가 노푸를 하는지 어떤지, 겉으로 봐서는 모른다. 내가 가능하고 괜찮은 만큼 조절하면 그뿐.


 경제적인 장점이야 말해 뭐할까? 샴푸, 린스, 바디샤워, 로션 등에 숫자로 매겨진 가격보다도 이게 최저가인지 전성분은 무엇인지 등을 따지는 데 드는 에너지와 시간의 비용을 없애서 뿌듯하다. 노푸 외에도 매일 당연시되는 의무적 행위들 - 옷 입기, 밥 먹기 등 - 을 더 간소화할 수 없을까 궁리하게 됐다.


  아쉬운 점 혹은 단점은 없을까.


 굳이 꼽자면, 10개월 차인 아직은 노푸 기간이 샴푸 기간에 비해 압도적으로 짧아서인지 5일 이상은 머리를 감지 않고 버티기 어렵다. 생활 습관과 타고난 신체 조건에 따라 개인차는 있을 것 같다. 노푸를 오래 지속한 사람은 한 달에 한 번 머리를 감아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글을 읽었는데, 현재 나는 최대 4일까지 쾌적하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많은 날은 금세 가려운 느낌이 들어 1-2일 만에 감기도 한다.


 예외적으로 샴푸를 하는 날도 있다. 커트하러 미용실에 갈 때다. 노푸는 샴푸처럼 모든 피지를 남김없이(과도하게) 제거하지 않고 조금 남겨두는 것이기에, 계속 만져야 하는 입장에서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날은 구석구석 샴푸하고 구연산수로 한 번 헹궈서 간다. 구연산수는 머리의 엉킴을 부드럽게 풀어주면서도 유분기 없이 보송한 머리카락을 만들어준다. 단 피부의 상처 부위에 닿거나 하면 따가우니 주의! 머리카락만 조심스럽게 적시거나 스프레이 용기에 담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상치 못한 노푸의 파생 효과가 있다면, 매달 하던 염색을 그만두게 된 것이 아닐까.

 중학교 때부터 정수리 앞쪽에 흰머리(새치)가 났다.부끄러워서 하나둘 뽑다 보니 탈모처럼 휑한 지경이 됐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 끝없이 자라는 놀라운 흰머리들! 해로운 약품을 도포하고 몇 시간씩 버티기를 20년 가까이 하니 지루했고 회의가 커져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집에서 헤나염색을 시작했는데 천연 염색인 헤나도 번거롭긴 마찬가지였다. 순하고 두피에 자극을 주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바른 후 방치하는 시간은 일반 염색보다 길다. 머리에 어떤 색을 입히고 싶어서가 아닌, 흰색 머리칼을 가리기 위해 밤늦게 머리를 말리고 늦게 자야했다.


 노푸를 하면 할수록, 염색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커진 건 우연이었을까?


 물로만 머리를 감고 몸을 씻다 보면 날것 그대로의 자신을 만지고 관찰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있는 그대로의,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생겼다. 더러움을 닦기 위해 거품으로 북북 문지르는 것이 아닌, 맨 머리카락과 맨살을 손으로 다정하게 마사지하는 시간. 그러다 문득 - 흰색 머리칼은 나의 특징 중 하나일 뿐 숨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걸 알아버렸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우리는 언제나 완벽하고 아름답다. 우리의 아름다움을 가리고 자유를 구속하는 존재인 동시에 우리의 모든 아름다움을 알아주고 자유롭게 하는 존재. 그는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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