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tect your energy
아니길 바랐는데. 자존심 상하게도 며칠 전 감기에 걸렸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무너뜨리지 못한 내 면역력이, 이럴 수가.
한겨울 새벽의 찬 공기 속에서 빵을 만들고 충분히 깨지 않은 몸에 커피를 부어댄 것, 최근 나온 부가세에 놀라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추운 날씨에 편도선염은 금세 감기로 발전한다는 걸 왜 잊었을까. 목이 아플 때 소금물 가글만 잘해도 감기는 막을 수 있었는데 설마 하고 방치했다.
감기는 그저께는 목, 어제부터는 코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손님들에게 폐를 끼칠까 봐 마스크를 죽 쓰고 있자니 숨쉬기가 더 어려운 가운데, 매장 안에서 맘껏 기침을 하거나 코를 풀 수 없으니 출입문을 계속 들락날락한다.
조금씩 컨디션이 나아지고 있던 오후. 이웃 공방 사장님께서 감기 소식을 듣고 잠깐 오라셔서 가보니, 각종 과일 꾸러미와 처음 만드셨다는 캔들을 선물로 주셨다. 식용콩과 천연향료로 따끈따끈 갓 완성된 캔들. 완전히 식기 전에 움직이면 크랙이 생긴다고 했지만 우리는 당연히 캔들을 움직였고, 나무 심지에 불도 붙이며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감기 옮으실까봐 30분만 마스크 상태로 대화).
최상품이라는 나무 심지에 붙인 불이 금방 꺼져버리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잠시 몸이 아픈 것도 잊었다. 캔들에 쓴 문구는 공방 사장님이 직접 스티커를 디자인하고 제작해서 붙이신 것.
Protect Your Energy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만 예외는 아니다. 내가 항상 틀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자. 불이 꺼지면 다시 붙이면 그만, 내 안의 에너지를 잘 지키자.
상황이나 몸이 좋지 않을 때만 볼 수 있는 것들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