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잠 주무세요~!
나는 잘 자는 사람이었다. 아기 때는 얼굴 위에 수건만 올려도 잠들었다 하고, 업어가는 줄도 모르고 잔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안에서 문을 잠근 내가 아무리 문을 두드리며 불러도 열어주지 않자, 부모님이 문을 철거하고 씩씩대며 들어오신 적도 있다.
어려서 잘 잔 비결은 고민을 오래 하지 않는 낙천적인 기질에 힘입은 바 크다. 꿈꾸지 않는 잠이 대부분이어서 꿈일기를 쓰라는 글을 읽었을 땐 그것
참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수면의 질이 예전만 못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다. 1년 전 밥을 주던 고양이가 크게 다쳐 약 2달간 병원에서 치료하고 데려왔는데, 집에 온 녀석은 처음엔 조금씩 그리고 점점 더 자주 울었다(길고양이는 봄, 가을이 발정기지만 따뜻하고 밝은 집에 살게 되면 일년 내내 발정을 겪는다).
처음 겪는 극심한 수면 부족에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고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았다. 피곤함에 대한 보상심리로 군것질이 늘어나 살이 찌고 전반적인 자제력이 떨어졌다. 그때부터 수면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짧은 시간이라도 깊게 잘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삶의 매 순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고, 잠을 잘 못 자면서 건강한 사람은 없으니까. 직접 테스트하며 얻은 질적인 수면에 효과적인 팁들 중 10가지를 공유한다.
1. 일찍 일어나기
: 깨어있는 시간이 길면 활동량이 늘어나 자연히 수면 압력이 높아진다.
2. 수면 분석
: 수면앱을 사용한다. 사용중인 'Sleep Cycle'이라는 수면앱은 매일밤 수면주기를 분석해서, 깊은 수면과 중간 수면의 단계를 지나 거의 깰 정도의 얕은 수면 단계에 다다랐을 때 알람을 울려 깨워준다. 이것만으로도 깊은 잠에서 갑자기 알람이 울려 깨는 것에 비해 수면의 질이 훨씬 높아진다. 자신의 수면 패턴과 다양한 변수를 적용시켰을 때의 수면 품질, 효율성 확인이 가능하고 코골이와 잠꼬대까지 확인할 수 있는 건 덤이다.
3. 명상
: 명상은 신체를 이완하고 쉬게 한다. 명상을 통해 휴식한 신체는 많은 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즉, 명상을 한 만큼 잠을 덜 자도 된다. 잡생각도 제거되어 불안과 긴장이 없어지니 쉽게 잠들 수 있다.
4. 산책
: 하루 중 자외선이 강하지 않은 늦은 오후에 15~30분 정도는 걷고 있다. 수면 호르몬으로도 알려진 멜라토닌의 전구체가 세로토닌이기 때문인데 세로토닌은 조도 2,500럭스 이상의 빛을 5분 이상 받을 때 합성된다.
5. 반신욕 또는 샤워
: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전자책을 보며 반신욕을 한다. 끝나면 잠이 솔솔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한 물에 라벤더 에센셜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릴랙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사해소금이나 엡솜솔트를 넣으면 몸속 노폐물이 빠져나오고 혈액 순환이 촉진된다.
6. 일기 쓰기
: 자기 전 그날 있었던 일 또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기록한다. 자기 전 세수를 하거나 이를 닦는 것처럼 내적이고 뇌적(?)인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3년 일기장을 사서 하루 5줄 정도의 일기를 쓰는데 작년과 재작년의 일기를 나란히 읽는 재미와 뿌듯함도 있다. 22년 2월 5일, 23년 2월 5일, 24년 2월 5일이 한 페이지에 펼쳐진다.
7. 자고 싶은 방을 상상하기
: 평소보다 좀 더 잠이 오지 않을 때 쓰는 방법이다. 눈을 감고 지금 내가 있는 침실이 아닌, 잠을 자고 싶은 침실의 분위기를 상상한다. 발코니 밖으로 연보랏빛 석양과 바다가 펼쳐진 채 얇고 투명한 커튼이 나부끼는 방이라든지, 순면과 밝은 색의 목재로 휴양지 느낌이 물씬 나게 꾸민 방, 빨간머리 앤이 쓸 것 같은 소박한 다락방, 피톤치드 가득한 숲 속 별장, 또는 우주선 캡슐이나 관(관에 들어가 누워본 적이 있는가? 체험해 보았는데 매우 아늑하다)에 들어가서 자는 자신을 상상해도 좋다.
8. L-트립토판
: 1-7까지 다 해봐도 숙면이 어려울 때는 필수아미노산인 L-트립토판을 먹어보자. L-트립토판은 세로토닌의 전구체로 낮에는 기분을 개선하고, 취침 전 복용 시에는 멜라토닌으로 전환된다. 수면제와 달리 적당량 섭취하면 부작용 없이 안전한 물질이다. 긴장을 완화시키는 L-테아닌도 먹어봤지만 나와 남편에게 훨씬 효과적이었던 것은 트립토판이었다.
9. 스머징, 촛불멍
: 최근 천연 소이캔들을 선물 받았다. 캔들을 피우고 나무심지 타는 소리를 보고, 들으며 은은하게 퍼지는 향을 맡았는데 놀랍도록 마음이 편안해져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팔로산토(Palo Santo: 스페인어로 신성한 나무라는 뜻을 가진,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나무 중 하나) 조각의 끝에 불을 붙인 후 연기를 피우는 스머징도 마음을 정화하고 안정시킨다. 스머징은 아메리가 대륙 원주민들이 몸과 마음, 또는 공간의 정화와 같은 힐링을 위해 신성한 식물로 만든 스머지 스틱을 태우는 전통 의식이다.
10. 탄수화물 섭취
: 저녁에 과일이나 녹말을 소량 섭취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잠자는 동안 뇌가 효율적으로 쉬려면 포도당이 필요하기 때문에 체내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P.S. 수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께 특히,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매슈 워커 저/ 이한음 옮김) 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