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사냥 3

마녀의 스펙

13세기 이후 유럽인들이 믿었던 풍경이다. 

_ 모든 사람들이 잠에 빠져든 밤.

_ 잠든 남편이, 혹은 아내가 깰까 조바심을 치며 마녀들이 잠자리에서 빠져나온다.

_ 오늘은 1년에 한 번 마녀들의 파티가 열리는 밤.

_ 가까이 사는 마녀들은 걷거나 뛰어서 간다.

_ 먼 곳에 사는 마녀는? 

고야. '마녀들의 비행'

_ 빗자루가 있으면 좋고, 안 되면 길쭉한 나무 막대기라도 타고 간다.

_ 특수 연고를 바르면 몸이 가벼워져 비행이 가능해진다.

아래 그림은 고야의 ‘마녀들의 부엌(1798)’. 비행을 위해 빗자루에 특수 연고를 바르는 모습이다.

파티는 황무지나 동굴 등지에서 열린다.

10~20명의 마녀들이 모이는데, 처음 참가하는 초보 마녀들은 입문식을 거쳐야 한다.

- 기독교 신앙을 버리겠다고 선언한다.

- 십자가를 짓뭉개거나 그 위에 똥을 눈다.

그 다음엔 마녀끼리의 ‘의리’.

비밀을 지키겠다는 보증으로 다음 파티 때 어린아이 사체(死體)를 가져와야 한다.

마무리는 악마의 엉덩이에 입을 맞추는 것.

고야. '마녀들의 파티'

입문식이 끝나면 본격적인 파티 타임.

① 훔쳐 온 아이나 제 자식을 죽인 뒤, 여러 재료를 섞어 비행용 연고를 만든다.

② 기독교 성찬식을 흉내 내 아이들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신다.

③ 다양한 음란 행위를 벌인다.

파티가 끝나면 이별 의식을 거행하고, 인증샷을 찍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집으로 돌아가 살포시 배우자 곁에 눕는다.

한 번도 목격된 적 없고, 실행된 적도 없었을 ‘마녀들의 파티 - 사바트(Sabbat, Sabbath)’다.

당시 사람들은 이런 파티가 열리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데이비드 호크니

마녀의 모습도 구체적인 형태를 얻게 된다.

- 코에는 큼직한 사마귀

- 원뿔형 모자

- 빗자루에 걸터앉아

- 째지는 목소리로

- 심술궂고 요란하게 웃어대는 여인

아무도 본 적 없지만, 당시 유럽인들이 인정한 마녀의 모습이다.

마녀가 될 수 있는 스펙도 나왔다.

- 가난한 소작농의 부인

- 특히 과부로서 나이는 50~70세

- 성질이 사납거나 사나워 보이는 할머니

2011년 이탈리아 중북부에서 여성 유골 한 구가 발굴된다.   

- 20대 후반 여성으로 추정됨

- 중세 때 살았던 것으로 추정됨

- 관도 없이, 수의도 없이 그냥 묻힘

  특이사항이 있다.

- 턱에 7개의 못이 박힘

- 머리에 13개의 못이 박힘

- 미라 주변에선 17개의 주사위가 발견됨  

학자들은 이 여성이 마녀로 몰려 죽임을 당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주사위의 갯수가 이탈리아에선 예부터 불길한 숫자로 간주되던 17개란 점. 

이전에도 유럽에선 마녀나 뱀파이어로 의심 받은 여자들이 환생하지 못하도록 입에 돌을 물린 유골이 발견되곤 했었다는 점을 들어. 

베니스에서 발견된 중세 여성의 유골이다. 역시 마녀로 몰려 죽임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이탈리아 중북부의 미라로 가자. 

턱과 머리에 못을 박은 것은,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려던 당시 사람들의 믿음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이 여성이 교회 부지에 묻혀 있었다는 점.

왜 마녀를 교회에 묻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