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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엘 Jan 10. 2021

마녀 사냥 2

마녀 제조법


밀가루를 반죽하던 중 잡혀 온 빵집 여주인, 수사관들의 추궁에 단호히 답한다. 


“나는, 절대, 마녀가 아닙니다.”


수사관들은 여주인의 두 손을 밧줄로 묶어 공중에 매달았다.


한 10분이나 흘렀을까. 신음 사이로 울음이 터져 나오고, 자백할 테니 내려 달라 절규하는 여주인.



피카소. '우는 여인'



밧줄이 풀리자 두 문장만 되풀이한다.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자기들이 하는 짓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옵니다.”


십자가 처형 전,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인용했음이 틀림없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고갱. '황색의 그리스도'



다시 고문이 시작된다. 


몇 번이나 까무러치면서도 죄를 인정하지 않는 여주인.


하지만 매 앞에 장사 없는 법. 일주일 고문 끝에 여주인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만다.


수사관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더 많은 자백을 강요했다.


또다시 버티자 이번엔 그녀의 딸이 잡혀 온다.


엄마와 달리 쉽게 무너지는 딸. 약간의 매질 후 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엄마는 마녀입니다. 마법을 사용해 다른 사람들의 농작물을 시들게 했습니다. 빵값을 올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윌리엄 워터하우스. '매직 서클'



엄마와 딸의 대질심문(對質審問)이 이루어졌다.


양심이 저려 오는 딸, 자백을 번복한다.


하지만 혼자 있게 되자 다시 엄마의 죄를 고발하며, 대질심문만큼은 피하게 해 달라고 애걸한다.


결국 빵집 여주인은 화형에 처해진다. 마녀라는 이유로.


12~13세기부터 조짐을 보이다, 14세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유럽의 ‘마녀사냥’ 광경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멀쩡한 사람을 잡아다 마녀로 몰아 죽여, 그냥 일부의 일 아냐, 라고 말하기엔 숫자가 크다.


심하게 크다.


15세기 이후 수백 년간 대략 10만 명이 마녀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것에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한다.


일부 과격한 학자들은 50만 명이라 주장하기도 하고.  


여기서 의문. 마녀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떻게 마녀는 탄생했을까?



카라바조. '베드로의 십자가형'



로마 제국에 처음 기독교가 소개된 A.D.1세기, 로마인들의 눈에 기독교는 또 하나의 이교(異敎)일 뿐이었다.


모진 탄압을 가했다.


그러든가 말든가 기독교는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 종교, 순교자들의 피 위에 건립되는 종교.


욕하면 듣고, 때리면 맞고, 죽이면 아멘으로 고난을 껴안았다.


결국 고진감래, 4세기에 기독교는 ‘로마 제국의 종교’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되고 인생역전, 오히려 다른 종교들을 이교로 규정한다.


보티첼리. '아우구스티누스'



기독교를 집대성(集大成)한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354~430)의 말이다.


“이교도가 행하는 주술과 마법은 악마의 소행이다. 사람들을 기독교에서 멀어지게 하려고 행하는 것이다. 악마의 농간이다.”


다른 기독교 신학자들도 이런 시각을 공유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 켈트족의 신, 튜튼족의 신 등 신(神)이란 신은 죄다 귀신 혹은 사탄이란 이름표를 달게 된다.



지도의 빨간 점선 안을 보자. 오늘날 서유럽 영역과 거의 일치한다. 프랑크 왕국 황제 샤를마뉴(742~814)가 점령한 땅이다.


그래서 그를 ‘서유럽의 아버지’, ‘서유럽의 창조자’라 부른다.


“악마에게 인신 공양(人身供養)을 하고 이교도의 관습을 좇아 마귀에게 제물을 바치는 자는 무조건 사형!” 



샤를마뉴



900년경이 되자 ‘주교 법령(the Canon Episcopi)’이 나온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_ 악마의 유혹 때문에 일부 여자들이 사악해졌다.

_ 그들은 이교도의 여신인 디아나와 함께 무리 지어, 한밤중 짐승의 등에 올라타 밖으로 나간다고 믿는다.

_ 아주 멀리까지 날아간다고 생각한다. 

_ 이런 믿음은 사탄이 준 것이다.

_ 사탄은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여인에게 색다른 것을 보여 준다. 

_ 이것을 경험하는 것은 마음뿐이지만, 신앙이 없는 자들은 그것이 실제로 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주교는 가톨릭의 최고 대표. 오직 신과 교황에게만 예속된다. 굳이 말하자면 넘버 3. 


    넘버 1 - 신

    넘버 2 - 교황

    넘버 3 - 주교 

    넘버 4 - 일반 사제

    넘버 5 - 신자 

    넘버 6 - 불신자 


‘주교 법령’의 영향력 역시 막강했다. 디아나는 사탄과 동일시되었고, 디아나를 따라갔던 여인들은 악마 숭배자로 몰렸다.


몸은 그대로 있고 영혼만 따라갔지만 그건 no problem.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영혼뿐, 이라고 생각하던 시대였으니까.


사람들은 서서히 믿게 되었다. 마녀가 존재하며, 마녀들의 모임도 존재한다는 것을.


고야. '마녀들의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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