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엘 Jan 09. 2021

마녀 사냥 1

마녀 사냥의 논리학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막 끝나 나라가 온통 뒤숭숭하던 1600년 초, 지구 저편 독일에선 거처 없이 떠돌던 여인 둘이 수사관에게 잡힌다. 마녀로 의심된다는 것. 


  다짜고짜 고문이 시작된다. 그들이 ‘진짜’ 마녀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동료 마녀들의 이름을 대라.”


히에로니무스 보스



  잠깐 질문. 아래와 같은 논리는 옳은 것일까? 


   ① 경찰은 수갑을 가지고 있다.

   ② 당신에게는 수갑이 있다. 

   ③ 따라서 당신은 경찰이다.


  틀린 논증이다. 수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경찰 외에도 제법 있다.


   ① 비가 오면 도로가 젖는다.

   ② 도로가 젖었다.

   ③ 따라서 비가 온다.


  역시 틀린 논증이다. 비가 오지 않아도 도로는 얼마든지 젖는다. 수도관이 터져도, 생수 트럭이 전복되어도 도로는 젖는다.


왼쪽 - 히로시게. '오하시와 아타케의 천둥(1857)'.       오른쪽 - 고흐. '빗속의 다리(1885)'



  이런 유형의 틀린 논증을 ‘후건 긍정의 오류(fallacy of affirming the consequent)’라 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범하는 오류이기도 하고. 


  논리학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70% 이상이 이런 오류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논증(論證) : 옳고 그름을 따져서 증명함

  ● 오류(誤謬) : 바르지 못한 추리




  또 다른 오류도 있다.


  여러분이 ‘선량한’ 장사꾼이라 가정하자. 


  느닷없이 들이닥친 형사들, 눈을 부라리며 질문한다.


  “허위 광고로 판매가 늘었죠?”


  이때 여러분의 대응은?


  형사들은 ‘여러분이 허위 광고를 했다’고 전제한 후 판매에 대해 물었다.


  따라서 여러분은 ‘그 전제가 잘못되었음’을 먼저 지적해야 한다. 형사들이 ‘복합 질문의 오류’를 범하고 있으므로.


  “허위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요.” 


  이렇게 답해야 현명한 사람.




  그런데 형사들의 기세에 주눅 들어 우물쭈물하다가 ‘판매가 늘지는 않았는데요’라고 답하면, 형사들은 득달같이 소리칠 것이다.


  “그러면 허위 광고를 했다는 것은 인정하는군요. OK. 같이 갑시다.”


  마녀 수사관들의 논리가 꼭 이런 식이었다.  


  ① 수사관 : (강압적인 태도로) 너희들은 마녀니, 동료 마녀들의 이름도 알겠지?


  ② 여인들 : 이름은 몰라요.


  ③ 수사관 : 그럼, 너희들이 마녀인 것은 인정하는 거네? 


  여기서 그만. 논리학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익혀야 지치지 않는다.


  꼬치꼬치 따지는 게 논리학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 


● 논리학 : 정확한 추론과 부정확한 추론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는 여러 원리와 방법들을 연구하는 학문


○ 추론(推論) : 어떤 판단을 근거로 다른 판단을 이끌어 냄


  그래서, 논리학은 새로운 진리를 창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 인식의 한계를 드러내 보여 줌으로써,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해 준다.


뱅크시


  다시 독일. 고문을 못 이긴 여인들 입에서 동네 빵집 여주인 이름이 튀어나온다. 그녀 역시 죄 없는 사람. 


  하지만 그것으로 게임 끝.


  동료 마녀의 이름이 나왔으니 스스로 마녀임을 자백한 셈. 이래서 고문이 무섭다.   

  

작가의 이전글 과학과 종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