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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엘 Jan 19. 2021

닥치고 서울

정약용의 두 아들 - 정학연, 정학유


다산 정약용의 고향은 경기도 남양주고, 아버지 임지를 따라 20세까지 거의 시골에서만 살았다. 


다산 본인은 언제 서울 집장만에 성공했을까?


스물 한 살이던 1782년 봄, 남대문 근처에 주택을 구입한다. 


당연히 아빠 찬스. 


그런데 1년 남짓 살다 근처 회현동 주택으로 갈아탄다. 


뭔 일일까?  


장인 찬스였다. 서울 명문가인 처갓집이 회현동에 있었다. 


리히텐슈타인


그렇다면 정약용의 두 아들은 인서울과 집장만에 성공했을까?


큰 아들 정학연은 애매하다. 


70살 무렵인 1852년, 궁궐이나 관청을 수리하는 선공감(船繕監)의 최말단 관리(종9품)에 뽑힌다. 


종9품이니 요즘으로 치면 9급 공무원. 


그런데 시험에 ‘합격’한 것이 아니라 ‘음사(蔭仕)’로 뽑혔다. 


좋은 집안 아이들에게 그냥 관직을 주는 아빠 찬스 혹은 할아버지 찬스.   


칸딘스키


둘째 아들 정학유는 더 애매하다. 


벼슬은 평생 못했다. 


하지만 그가 지은 ‘농가월령가’가 대박이다. 


고등학교 국어 참고서와 문제집에 실려 광화문, 강남 등 서울 대형서점에 수십 년 째 인서울 중이다. 


이애경 (조용필, 윤하 작사가)


2012년 이후 대한민국에선 4월만 되면 ‘벚꽃엔딩’이 여기저기 난리다. 


원곡을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사람도 가사를 전부 외울 정도. 


이 정도면 저작권 수입이?


6년간 60억 원을 벌었단다.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실렸다. 


봄만 되면 작곡가의 통장에 거액이 꽂히니 ‘벚꽃-연금’이라 불리고, 봄만 되면 살아난다고 ‘벚꽃-좀비’라고도 한다.  


고흐. '복권 판매소'


벚꽃엔딩의 왕좌를 빼앗기 위해 아류 봄노래들이 몇 년째 도전 중이지만 아직은 역부족. 


그래서 제안한다. 


한 해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신경 써야 할 포인트를 1월부터 12월까지 나눠서 지적한 정학유의 ‘농가월령가’로 노래를 만들면 이론적으론 ‘벚꽃엔딩’의 12배를 벌 수 있다. 


게다가 농가월령가는 원래부터 노래다. 리메이크만 하면 된다.  

 


* ‘농가월령가 1월’은 비건을 위한 노래로 바꾸면 된다.      


노랗게 된 파와 미나리를 무의 싹에 곁들이면 

보기에 싱싱하니 오신채가 부러울까. 

보름날 먹는 약밥 신라 때 내려온 풍속이라.

묵은 산나물 삶아 내니 고기 맛에 바꿀소냐.     



* ‘농가월령가 2월’은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 권한다.     


본초강목 참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창백출 당귀 천궁 시호 방풍 산약 택사

낱낱이 적어 놓고 때맞추어 캐어 두소.

시골집에 넉넉지 못하니 값진 약 쓰겠느냐.      



* 중2들을 위한 ‘농가월령가 10월’     


부모님이 섭섭한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때에

삐죽거리며 대답 말고 부드럽게 대답하소.      



* ‘농가월령가 11월’은 뼈를 때린다.        


월급이 몇 푼이라고 

얼마로 카드 막고 얼마는 세금 내고

많은 듯 했지만 남은 게 거의 없네.      



* 근데 ‘농가월령가 5월’은 어떻게 활용할까?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볕에 반짝인다. 

목 잠긴 작은 닭이 연습 삼아 자주 운다.          


('1센티 인문학' 1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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