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찬스 끝판왕

우리가 몰랐던 연개소문

인사과 서버 깊숙이 보관된 천남생이라는 사람의 승진 기록이다.            

  9살 - 12급 (요즘으로 하면 9급 공무원) 

  15살 - 10급

  18살 - 7급

  23살 - 5급

  28살 - 2급 

  32살 - 1급       

초2 때 9급 공무원으로 특채되어 32살에 정상을 찍었단다. 이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역대 최강 아빠 찬스.      

천남생, 뉘 집 아들일까?     

아빠가 고구려 연개소문이다. 연개소문 역시 아빠 찬스를 무제한으로 사용한 전력이 있다. 

어쨌건 연개소문의 죽음 후 아들 3형제(남생, 남건, 남산)가 상속 분쟁에 돌입한다. 동생들이 연합하여 아들을 죽이고 자신의 목숨마저 위협하자 천남생은 적국인 당나라에 항복한다.       

얼떨결에 당나라 서울에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연남생. 당나라 장수와 함께 조국을 공격하는 ‘이적(利敵)’ 행위를 저지르는데, 마침 당나라 장수의 이름도 ‘이적(李勣)’이다.        

‘남생, 남건, 남산’ 3형제는 인생 말년에 서로의 잘못을 깨닫고 화해했다, 고 끝나면 해피엔딩인데 거의 유일한 자료인 삼국사기와 신당서엔 그런 말이 없다. 연구자도 없다. 고구려 전공자만 수백 명에 달하는 중국과 달리, 한국의 고구려 전공자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연구 성과로 스토리를 늘릴 수 없는 구조라는 말.        

왜 이러냐, 고 역사 전공자에게 물었더니 고대사는 안 팔려서 그렇단다. 조선을 전공해야 그나마 연구자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단다. 전해들은 말이라 신빙성은 떨어지니 심각하게 생각하진 마시길.          

여기서 의문. 아버지는 ‘연’개소문인데 아들은 왜 ‘천’남생일까?     

당 고조 이연(李淵)의 이름에 ‘연(淵)’이 있어 비슷한 의미의 천(泉)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를 ‘피휘’라 한다.      

진시황은 아버지의 이름에 초가 들어가 초나라를 형나라로 부르게 했다. 진시황 캐릭터와 딱 맞는 피휘.        

이도(세종대왕), 이금(영조), 이산(정조) 등 조선의 국왕들은 초기 몇 명을 제외하곤 대부분 이름이 외자다. 피휘 단어를 줄이기 위한 국왕의 애민정신, 정도로 정리하자.       

북한 사람 중에 7월 8일이 생일인 사람은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김일성이 죽은 날이기 때문이다. 이것도 피휘라면 피휘다.                                            

('1센티 인문학' 7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