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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엘 Jan 04. 2021

촉법소년, 이대로 쭉?

가해자를 위한 나라

 

자정을 넘긴 2020년 3월 29일 대전의 한 사거리.


오토바이 배달 알바를 하던 19살의 대학 신입생이 신호를 어긴 뺑소니 승용차에 치어 즉사한다.


운전자는 13살, 즉 촉법소년이었고 7명의 동승자 역시 비슷한 나이.       


차를 훔치고, 뺑소니를 하고, 사람을 죽였지만, 이들은 길어야 2년의 소년원 생활만 마치면 전과도 없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


관대하게 다루어야 이 아이들이 ‘건전하게 성장한다’고 믿었던, 1958년에 제정된 소년법 때문에.      



* 뺑소니 사망 사고 5일 전. 이 아이들은 훔친 차로 영종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주차한 차량들을 닥치는 대로 들이박았고, 편의점을 털었으며, 기념사진을 SNS에 올렸다. 차가 망가지거나 기름이 떨어지면 또 다른 차를 훔쳤다.      


* 뺑소니 사망 사고 8일 전. 이 아이들은 훔친 차로 김천시의 셀프주유소 대여섯 군데를 돌아다니며 주유기를 파손하고 돈을 훔쳤다.       


* 뺑소니 사망 사고 20일 전. 이 아이들은 부천의 한 식당에 침입해 금고를 훔쳤다.      


* 뺑소니 사망 사고 30일 전. 이 아이들은 부산의 가게에서 돈을 훔쳤다.



이런 아이들이, 소년원만 갔다 오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


폴 세잔. 1868 무렵



성폭행, 살인 등 점점 흉악해지는 촉법소년의 범죄를 두고 두 가지 주장이 나온다.      


_ 촉법소년의 나이를 낮추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_ 문제 부모가 만든 아이들이므로 처벌 강화가 해결책은 아니다.      


둘 다 핵심을 놓치고 있다.


이 아이들이 강력범죄를 ‘반복해서’ 저지르는 가장 큰 이유는 좁쌀보다 작은 공감능력에 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초저감각 혹은 무감각.      


처벌 강화나 관용보다 공감능력을 키워줘야 아이들도 살고 선량한 시민들도 산다.



전국 소년원을 죄다 리모델링해서 특수학교로 바꾸고, 보호처분 대신 다음 10과목을 이수하게 하면 어떨까?        


* 문학 : 동서양 고전 문학에 나타난 모든 죄의 유형 찾기 (100개 이상)  


* 역사 : 내 죄와 비슷한 죄를 지은 인물 찾기 (1,000명 이상)  


* 법학 : 내 죄와 똑같은 죄를 범한 사람이 받은 처벌에 대한 케이스 학습 (1,000회)


* 종교학 : 각 종교 경전에서 내 죄를 처리하는 방식 연구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유교)  


* 생물학 : 피해자의 몸과 정신에 가한 상처와 유사한 고통 체험


* 사회학 : 내 죄가 사회에 끼친 해악에 대한 분석 보고서 작성


* 심리학 : 피해자의 자리에 나를 세워보는 역할극 (총 50회)


* 인류학 : 피해자 가족의 삶을 가상으로 살아보기 (총 500시간)


* 철학 1 : 피해자의 피해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발표)


* 철학 2 : 세상과 우주 속에서 나의 위치 고찰하기 (논문 작성)       


* 졸업시험은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하기. 피해자의 입에서 ‘이제 그만 사과해’라는 말이 나오면 졸업 가능.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케테 콜비츠. 1903



지금의 법으로는, 촉법소년 딸을 성폭행하고 아들을 때려죽여도 부모는 가해자들의 신상을 알 수 없고, 가해자의 죄를 다투는 법정에도 절대 들어갈 수 없으니, 가해자가 갑인 이 나라에서 평생 가해자와 국가를 원망하다, 결국엔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원망이 스스로를 갉아먹어, 피해 이전의 삶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삶을 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이 바로 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센티 인문학' 5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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