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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엘 Jan 05. 2021

과학과 신비

달과 별에 관한 소고

  

 2천 년 전인 중국 한나라(전한) 때 서적 ‘회남자(淮南子)’는 우주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宇) : 사방과 위아래

    주(宙) : 옛날부터 오늘


  즉, 시간과 공간이 하나로 엉켜있는 게 우주라는 말.  아인슈타인이 과학으로 밝혀낸 것을 이미 2천 년 전에 직관으로만 감지했다는 것.   

 

 


중력 렌즈



  당시 사람들은 월식의 원리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한나라(후한) 때 달린 회남자의 주석은 이렇다.


    ‘태양과 지구와 달이 일직선 위에 놓이면 월식이 일어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달은 신비한 존재였기 때문. 달의 몰락은 기존 인식 체계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결국엔 체제 전복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    


파울 클레. 1933



  미국 우주 비행사들이 달에 발자국을 남김으로써 ‘신비한 달’이란 개념은 완전히 무너졌다. 게다가 우리는 달이 지구로부터 1년에 3.8cm씩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알게 되었다. (1971년 아폴로 15호는 레이저를 반사할 수 있는 거울을 달에 설치하고 돌아왔다. 이를 통해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구할 수 있게 된다.)     


  왜 달은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일까?     


달 궤도에서 본 지구돋이. 아폴로 8호



  밀물과 썰물이 땅과 부딪치는 마찰력이 지구 자전에 영향을 미쳐 그 반작용으로 달이 멀어진다, 류의 설명은 '정확'하고 '과학'이지만 재미는 없다.      


  "사람들이 너무 쳐다봐 더럽혀지기 싫어서 떠난다."


  2천 년 전에나 통했을 법한 문장이 더 와 닿는 이유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 신비감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말마따나 더 이상 신비감을 느끼지 못하는 삶은 죽어버린 삶이기 때문이다.        


살바도르 달리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

    반짝반짝 정답게

    지내이더니

    웬일인지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남은 별이 둘이서

    눈물 흘린다.     (방정환)



  아직도 별을 보면 가슴이 짠하다.      


  혹시 짠한 것은, 별을 보는 내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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