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n번방 관련자가 속절없이 풀려난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 4
판사는 반성문, 탄원서, 피해자와의 합의, 피고인의 개인사정 등을 참고해 형을 감면해준다.
그래서일까?
범죄자들 사이에선 감형 3종 세트가 유행이다.
반성문, 기부, 봉사활동
효과도 좋다. 미국이라면 종신형을 받았을 ‘다크웹’ 주인 A.
1심 재판에서 500장 넘는 반성문을 제출한다. 결과는 집행유예.
풀려난 사이 후다닥 결혼해버린 A는 2심 재판에서 결혼으로 부양가족이 생긴 점, 경제적으로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점을 어필해 1년 6개월을 받는다.
지하철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B. 범행 후 성폭력상담소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회비를 기부한다.
판사는 ‘죄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약한 처벌을 내렸다.
불법촬영 등의 혐의로 잡힌 C. 범행 ‘후’ 자원봉사를 하고, 다시는 범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게 반성의 증거라며 선고유예를 받는다.
음주전과 3범이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6세 아동을 친 뒤 달아났다. 판결은?
예상대로 집행유예다. 고맙게도 범행을 뉘우치시고, 황송하게 자백까지 하셨으니.
암을 유발하는 판결들.
이런 발암판결들이 쌓이니 영악한 범죄자들은 잡힐 때를 대비해 미리 봉사시간을 채워놓는 신공(神功)도 발휘한다.
n번방 주범은 범죄 와중에 50번이 넘는 자원봉사를 하고 인증도 받았다.
공범들 역시 비슷한 상황.
성범죄 판결에서 ‘반성 및 뉘우침’이 양형 요소로 고려된 경우가 30~40%라는 조사도 있다.
이런 반성들, 진심일까?
한 포털사이트엔 성범죄자들이 경험을 공유하는 카페가 2010년 개설되었다. 2020년 회원수는 2만 명 이상.
여기서는 ‘지하철 성추행’, ‘성폭행’ 등 여러 상황에 따른 ‘반성문’을 구입하는 노하우도 알려준다.
회원끼리 반성문 첨삭도 해준다.
정말 가지가지한다.
백번 양보해 범죄자들의 반성이 진심이라 치자. 그런데,
반성을 왜 판사에게 할까?
피해자에게 해야지.
* 2012년 사귀던 여성을 칼로 협박하고 감금한 뒤 성폭행한 23세의 전직 씨름선수 D는 ‘감금, 협박, 특수강간, 상해’로 기소되었지만 이제는 놀랍지도 않게,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성범죄자 신상정보도 공개하지 않는다.
‘반성문 + 어린 나이 + 교정 가능성 +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음’이 이유란다.
이렇게 기계적으로 판결할 거라면, 진짜 기계(AI)에게 판결을 맡기는 게 낫지 않을까?
2020년 4월 31세가 된 D는 일주일 동안 두 명의 젊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다.
('1센티 인문학' 5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