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아름다움

선행학습 똑똑한 사용법 (7-6)

by 조이엘

친구들이 떠나자 지나도 흔들리는 눈치다. 그때 들려줬던 1인수업 내용이다.


너네 학교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면서?


“내가 생각해도 수학이라는 놈은 대학 이후의 삶에 별 쓸모가 없어. 물건 살 때 돈 계산 정확도(正確度)를 올려주는 정도 외에는.”


아마 농담으로 하신 말씀일 거야.


“농담 아닌데요. 진지하게 말씀하시던데.”


이런.


어른이 되면 왜 수학 공부가 쓸모없다고 말할까? 수학을 계산(연산)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실제 이렇게 말하고 생각하는 어른이 많다.


틀렸다. 연산이 수학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적다. 아주 적다. 게다가 연산은 기계가 더 잘한다. 그런 잡일은 컴퓨터에 맡기고, 우리 인간은 수학 공부를 통해 ‘패턴’과 ‘구조’와 ‘질서’를 파악할 수 있는 힘을 키운다.


그러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게 보인다. 그게 창조성이다. 어렵다고? 예를 들자.


반지름이 9인 원을 좌표평면 정중앙(원점)에 넣으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X[제곱] + Y[제곱] = 9[제곱]


원 위의 어떤 점이라도 이 관계가 성립한다. 바꿔 말하면 원 위의 모든 점을 이 식 하나로 표현할 수 있다. 도형(기하학)이 방정식(대수학)으로 변하는 매직.


우리가 직접 원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는 게 아니라, 간단한 이차함수와 숫자 조작만으로 저 원을 ‘쉽게’ 다룰 수 있게 된다. 포물선, 타원, 쌍곡선도 마찬가지.


좌표평면이라는 플랫폼을 데카르트 할아버지가 발명한 거고, 덕분에 세상을 해석하고 다루는 우리 인간의 지적 능력이 한 단계 발전했다.


반대 방향도 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비롯해 대수 분야 어려운 증명 다수가 기하로 풀린다. (수학학원 이름 중에 페르마가 많다.)


서로 다른 분야가 연결되면서 새로운 결과가 탄생하는 것, 수학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오매불망 찾아 헤매던 창조성이 수학 공부로 가능하다는 말. (국어에선 은유가 그 역할을 한다. 필자의 다른 글 참고)


수학은 우리 시야(視野)도 넓혀준다. 뉴턴이 개발한 방정식은 지구를 먼 우주로 튕겨 나가지 않게 잡아주는 태양의 ‘보이지 않는’ 힘을 ‘보여’주었다. 사과를 땅으로 잡아채고, 달이 지구를 떠나지 않도록 잡아두는 바로 그 힘 말이다.


베르누이가 만든 방정식은 비행기를 공중에 뜨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보게’ 해주었다.


라그랑주는 인공위성을 우주공간에 안정적으로 ‘주차’할 수 있는, 지구 주위 5개 지점(특히 L2)을 책상 위에서 펜으로 계산해 냈다. 정조와 정약용이 활동하던 그 시절에 말이다. 덕분에 우리는 WMAP 등 우주 관측 위성 여러 개를 L2 지점으로 보낼 수 있게 된다. 2021년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도 이곳에 주차되어 있다.


수학 공부는 우리 사유 자체를 다듬어서 생각의 넓이와 깊이를 확장시켜 준다. 철학도(哲學徒)가 수학도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다. 선행학습과 문제풀이 수학으론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그래서일까. 서양인의 지적 사고엔 수학적 논리와 수학적 사고방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첨단 산업은 물론 거의 모든 인류 의제(議題)를 서양이 최초로 시작하는 이유다. 하다 못해 미국 독립선언문에 나오는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인다’는 구절조차 수학 공리 체계를 그대로 인용했다.


진심을 담아 지나에게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학을 공부하지만, 정작 수학의 아름다움을 조금도 맛볼 수 없는 너희들이 선생님은 안타까워. 선생님도 선행학습을 시켜주면 편하지. 하지만 너희에게 해로운 일을 시킬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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