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손으로 푼다

수학 못하는 비결

by 조이엘


중학교 1학년인 K는 수의대를 가고 싶어 한다. 가능성은?


50%다. 일단, 유전자가 좋다. 엄마 아빠 두 분 다 스카이 출신이다. 그 머리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본인 실력도 출중하다. 최상위나 블랙라벨 등 어려운 수학 문제도 술술술 풀어낸다. 영어는 이미 고1 수준이고, 과학은 스스로 고등학교 하이탑 교재를 사서 ‘재미로’ 읽어보는 수준이다.


중1이 이 정도면 수의대 합격 가능성 99% 아냐?


K에겐 약점이 하나 있는데, 이게 치명적이다. 머리가 워낙 좋다보니 수학을 거의 눈으로 푼다. 표준 풀이가 10줄이면 3줄도 안 쓴다.


그러면 빨리 풀고 좋은 거 아냐?


상위 0.1%는 그렇게 해도 된다. 참 재수없는 말이지만, 그렇게 해도 실수 하나 없이 깔끔하게 푼다.


나머지 99.9%는 다르다. 수학을 눈으로 풀면 한 번씩 실수할 때가 있고, 그 실수가 치명상을 입히기도 한다. K처럼.


지난 주, K는 중학생이 되어 첫 시험을 봤다. 목표는 올백. 됐을까?


수학에서 하나 틀렸다.


문제가 어려웠나보지.


천만에. 어려운 건 다 맞추고, 점수 줄려고 낸 문제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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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에 문제 푼 흔적이 없다. 아마 K의 뇌는 이렇게 돌아갔을 테다.


1 작은 반 원이 두 개네?


2 두 개를 합치면 원이니까, 둘레는 당연히 6파이지.


3 큰 원 둘레는 12파이


4 합치면 18파이네


답은 12파이다. 어디서 틀렸을까?


2번을 지나면서 K 뇌는 큰 원이 반원이란 걸 간과했다. 작은 원을 두 개 합쳐 온전한 원이 되는 결과가 큰 원까지 반 원이 아니라 온전한 원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앵커링 효과’와 비슷하다.


하나 하나 '쓰면서' 더했으면 뇌가 실수할 일이 없다!


어쨌든, 어려운 문제는 죄다 맞춘 K는 가장 쉬운 문제를 틀림으로써 생애 첫 시험에서 올백을 받겠다는 원대한 목표에 차질을 빚었다.


에이, 이 정도 실수야 뭐, 다음에 잘 하면 되지.


정말 그럴까?


큰 실수는 대오각성하면 고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작은 실수는 치명적이다. ‘작’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결국엔 수능까지 끝없이 작은 실수를 반복하며 2,3점을 깎아 먹는다. 최상위층에게 2,3점은 대학 등급이 하나 떨어질 정로도 파괴력이 크다.


시험 후 K는 어떻게 되었을까?


일단, 나한테 욕 좀 들, 었어야 하는데, 나는 학생들에게 욕도 못하고 심한 소리도 못한다. 딱 한 줄만 말했다.


“샘이 그랬지? 꼼꼼히 식 안 쓰면 반드시 실수한다고.”


이 글을 보고 있는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아, 제발 식을 꼼꼼히 써라. 구구단 외에는 암산도 하지 마라. 그냥 쓰면서 계산해라. 동생에게 줄 풀이집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쉽게, 자세히, 꼼꼼하게 풀이 쓰는 연습을 해라. 그러면 절대 수학 풀면서 실수하지 않는다.


건강의 최고 비결은 좋은 음식 찾아먹는 게 아니라 나쁜 음식 안 먹는 거다. 수학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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