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작가의 손꾸락 그림일기
우린 2015년 10월 3일에 결혼했다.
이날은 하늘이 열린 날, 개천절.
마침 토요일이었다.
우리 결혼은 순조로운 편이었는데,
어렴풋 결혼했으면 좋겠다 싶던 날에
차질없이 결혼을 하게 됐고
준비 과정에서 크게 다툰 적도 없다.
2016년 5월 18일 혼인신고를 했다.
결혼하고 7개월 만의 일이다.
그러고보니 결혼은 개천절에,
혼인신고는 5.18에.. 뭔가 의미심장하다!
라며 의미 부여중.
손꾸락 그림일기 8화에서 쓴 것처럼
우리가 혼인신고를 미룬 것은
'일 년 살아보고 정 아니면 엎으려고'
이런 게 아니었다.
단순히 귀찮아서인데,
둘이 같이 가서 등록하자 약속했었고
막상 월차를 받아도 놀러가기 바빴지
시청에 갈 생각을 못했더랬다.
그러던 중, 자동차 보험 갱신일이 다가왔고
부부할인을 받아야겠단 생각에
혼인신고를 하게 되었다.
(산다는 건 이렇게 어이 없는 일들이
이유가 되기도 하는 거랍니다)
시청의 혼인신고 창구에 가서
자리잡은 우리는 서류를 보고 좀 막막했다.
부모님 주민등록에다 본적까지 적어야하는데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거다.
대충 적어서 들고 갔더니
증인 사인도 안 적혀 있다고 하고,
본적도 다 틀렸다고 했다.
가족 정보는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니
해결 되었다.(장당 500원)
그러나 증인 사인이 문제였다!
증인 사인을 못 받아왔다고 말하니까
여직원이 눈도 안 마주치고
굉장히 사무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증인 사인 없으면 안됩니다
이런 요령 없는 아줌마를 봤나.
나는 좀 열받았다.
아니, 반차 받아서 왔는데 좀 해줌 안돼요?
이렇게 말했으나 직원은 대꾸도 안했다.
그러나 하서방은 침착했다.
특유의 스마일 얼굴로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더니
나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우리가 사인하면 돼
신랑의 말을 들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그래. 사인 받아오래잖아.
우리가 사인해서 갖다주면 다 알텐데!
신랑은 괜찮다며 날 설득했고
우리는 증인란에 우리가 직접 사인 했다.
신랑이 서류를 가져다주는데
나는 뭔가 쑥스럽고 민망해서
멀찍이 서서 일행이 아닌듯 구경했고
그런데!!!!
여직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접수해줬다.
웬열!!!!!!
그러고보니 직원은 우리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안했을 뿐
어떻게든 사인이 꼭 되어 있어야한다는 원칙을
자기 선에서 알린 셈이었다.
뭔가 대한민국의 단면을 본
기분이랄까.
부쩍 어른이 된 기분도 들고.
(나 무늬만 어른.)
암튼 그렇게 혼인신고는 접수가 됐고
우린 법적인 부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