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미의 만년필 그림일기
어제 신랑이랑 <동전노래방>에 다녀왔다.
난 동전노래방은 10대만 가는 줄 알았다.
그런 곳을 30대인 우리가 가다니!!!
더군다나 단골이라니!!!!
각시야 동전 노래방 갈까?
<동전노래방>은 신랑의 유일한 유흥이다.
길 가다 동전노래방이 보이면 가자하고,
내가 기분이 언짢아 보이면 가자하고,
그동안 많이도 나를 꾀었다.
아, 싫어!
그때마다 나는 거절했는데
요즘 유행가를 잘 모르기도 하고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예전엔 노래방 죽순이였다.
고딩 때는 용돈 생기면 혼자 노래방가서
내 차례 기다릴 필요 없이
모든 유행가를 다 부르곤 했다.
(이 경험은 동화 <시인래퍼>에 등장함)
다 옛날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두달 전)
회사 동료 때문에 빡친 날이었다.
6시 퇴근하자마자 가방 던져놓고
다른 동료랑 회사 앞에서 치맥을 먹었다.
날 데리러 온 신랑도 이자리에 합류했더랬다.
각시야 동전노래방 갈까?
집에 가는 동안에도 분이 안 풀린 내게
신랑이 넌지시 동전노래방을 권유했다.
동전노래방이 파라다이스라도 되는 것마냥!
나는 그날따라 신랑의 말에 도취되어
동전노래방으로 향했다.
신랑이 천원어치 4곡을 부를 때까지
나는 팔짱을 끼고 열받는 일을 곱씹었다.
좀처럼 훌훌 털어버릴 수 없었다.
각시도 한 곡 불러
신랑에게 마이크를 건네 받은 나는
우물쭈물하다 애창곡 1번 <친구여>를 불렀다.
조pd의 랩과 인순이 파트의 노래까지
완벽 (?)하게 소화하다보니
신기하게도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그 후로 나는 추억의 노래들을 연달아 불렀고
동전을 다 쓴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노래방을 나섰다.
우리 노래방 또 가자!
둘은 죽이 잘 맞아,
결국 동네 노래방으로 향했고
무한 서비스를 받으며 노래를 불렀다.
부르고 부르고, 더 이상 부를 노래가
없을 때까지...
신랑은 목이 쉬었고, 나는 지쳤다.
그날 우리는 집에 돌아와서 숙면을 취했다.
어제, 회사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각시야, 동전 노래방 갈까?
평상시 같으면 이럴 때 신랑을 혼냈을텐데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왜냐고? 열라 재밌거든
가성비도 짱!
우리는 동전노래방에 가서
3천원어치를 부르고
집에 와서 두 발 뻗고 잤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서민들에게
<동전노래방>만한 곳이 없다.
비록 서비스는 없지만
진득하게 한곡 다 천천히 불러도 되고,
1000원에 4곡이나 부를 수 있고
쾌적한 방도 제공되고...깔끔하고!
그리하여 우리 부부가 강추한다!
열받을 때! 스트레스 쌓일 때!
소리 지르고 싶을 때는,
서민들의 1등 유흥지 <동전노래방>으로
가세요오오오오오오. (에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