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막장드라마 사건; 반지 분실사건

긍작가의 만년필 그림 일기

by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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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회사에 막장드라마에서나 볼법하던 사건이 발생했다.


통신 매체는 '카더라 통신'.

정보원은 윗층 동료. 정보는 두 다리 건넌 것으로, 증권가 찌라시에 비해선 신빙성이 있다.


요는 이렇다.

상임 감사님 비서, 서른 초반의 그녀는 몇 달 전 결혼했다.


어제 결혼 반지를 빼서 책상 위에 올려뒀는데, 갑자기 사라졌단 거다. 이때 비서가 대뜸 청소하는 아줌마를 향해 "내 반지 왜 가져갔어요?" 라고 했단 거다.


아줌마는 어이 없어 벙 쪘고, 비서는 빨랑 내놓으라 체근했고, 아줌마는 울면서 1층으로 뛰쳐 내려갔다.


여기에서 감사 방 구조를 설명하겠다.

감사님 방은 TV에서 보던 사장방처럼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비서자리, 다시 문을 열고 들어 가면 가장 큰 감사님 방이 있는 구조다.


청소 아주머니 아니면 잘 들락날락 거리지 않는 곳이다. 직원들은 웬만하면 감사실엔 가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그렇더라도, "혹시 내 반지 보셨어요?"가 아니라 어쨌냐고 묻는 건 졸라 예의 없는 태도다.


사실 정보원의 말을 들으며 이 대목은 의아했더랬다. 사회생활을 버젓이 하고 있는 30대 초반 성인이 반지를 잃어버렸다고 대뜸 아주머니께 왜 갸져갔냐고 묻는 건, 내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정보원은 진짜라고 강조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그녀가 무례했단 거다. 회사 여론은 그녀를 비난하고 있는데, 그럴 것이 그녀가 평소에 감사의 지위를 자기 것처럼 여기며 사람들을 아랫사람 부리듯 했고, 특히나 용역 업체 직원들에겐 손가락으로 "저거, 저거" 지시하며 무례하기 굴었기 때문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겠냐는 거지.


이 소식을 듣고 정말 무척 화가 났다. 나는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사람이 너무 싫다. 평생 젊을 것처럼, 평생 잘 살 것처럼, 평생 고귀할 것처럼 여기며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고 그들을 깎아내리면서 우월함을 느끼는 인간들이 정말 가엾다.


자기 반지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칠칠 맞은 자신을 탓하기는 커녕 남을 의심하는 무례한 그녀 역시 싫다. 그녀는 나랑 동갑이다. 일개 직원인 내가 감사님과 대화할 일이 없으므로 난 그녀와 일적으로 이야기 나눠본 적이 없다. 그냥 늘 먼발치서 지켜봤을 뿐이다.


그녀는 나와 같는 동네에 살고, 나와 같은 계약직 사원이다. (...) 나는 진심으로 그녀가 가엾다. 그녀가 살아갈 인생이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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