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화장실서 유축한 SSUL
어릴 적에는 명절이 참 즐거웠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보니 명절은 1박 2일 동안 전 부치고 설거지하고 나르고 닦고... 오롯이 '육체노동'을 요하는.. 심지어 페이조차 없는 '체험 삶의 현장'이었다.
병원에만 가면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에 아픈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
"급성담낭염입니다. 당장 수술하는 게 좋아요."
찌릿 찌릿찌릿. 드디어 올 게 왔다(ㅠㅠ)
남편에게 '비상사태'임을 알렸건만 꿀순이를 맡기고 와야 했기에 시간이 지체됐고 결국 나의 '젖력발전소'는 폭발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걱정은 바로 고통이 됐다. '젖몸살'이 시작된 것이다.
입원실에 온 그날부터 부지런히 유축기로 모유를 빼냈다. 수술하는 그새에 돌처럼 굳은 가슴을 억지로 마사지해서 휴대용 유축기로 모유를 짜냈다.
젖력발전소는 24시간 풀가동하고 있었으므로 밤에도 꼭 유축해야 했다.
더 슬픈 건, 이 귀한 모유를 변기에 버려야 한단 것. 각종 항생제가 들어가 있는 젖이라 반드시 버려야만 했다.
건강한 게 최고다. 아무리 사소한 수술이어도 아픈 건 아픈 거고 그만큼 맘도 몸도 고생하기 마련이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중요한 건 내 건강이었는데 왜 그렇게 자식 생각 먼저 했나 모르겠다. 분유를 먹어도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는데 말이다.
자연분만에 '실패'한 엄마라는 생각에 모유수유만큼은 꼭 성공하고 싶었다.
직작에 아기 돌보는 것의 10분의 3만큼만 내 몸 돌보기에 투자했다면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