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자기 몫만큼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호들갑이냐고?
우리는 어려서부터 '나눔'에 대해 배워왔다. 자원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은 부족한 이에게 나눠주고 베풀며 살아야 한다고.
지난주 우리 집에 귤 한 박스, 한라봉 한 박스가 왔다. 한라봉은 제주서 친정엄마가, 귤은 제주서 선배가 보내온 것.
그런 탓에 음식들을 냉장고에 쟁여 뒀다가 버리는 게 일이다. 처음에는 몹시도 자괴감이 들더니 갈수록 대수롭지 않았다.
도대체 왜! 결국 썩혀서 버리고 말 것을 기어코 쟁여두는 걸까?
몇 달 전엔 이런 일도 있었다. 퇴근 후 집에 갔다니 현관에 사과 두 박스가 놓여있었다. 알고 보니 회사 주말농장 동호회에서 보내준 것.
사과를 보자 반가운 마음보다 난처한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후의 사과의 운명은 생략키로 한다.(RIP)
이번엔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이번만큼은 귤을 박스에 둔 채로 썩게 만들기 싫었다. 그래서 냉장고에 쟁여둘 생각으로 소분하여 비닐팩에 담았다.
"윗집, 옆집이랑 나눠먹자."
"귤은 너무 흔하잖아. 좋아하실까?"
봉지에 한라봉과 귤을 담아 윗집, 옆집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대화를 나눴다. 옆집 할머니는 내 배를 보더니 예정일이 언제냐고 묻고, 순산하라는 덕담도 해주셨다. 나도 덩달아 편찮으신 곳은 없는지 어떻게 지내시는지 안부를 여쭸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흔하디 흔한 귤을 나누는 게 왜 중요한 것인지를.
"여기에 사람이 살기는 할까?" 건물 외관만 보고, 건방지게 이런 생각을 했다. 당연하게도 이곳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집은 낡았지만 마음은 풍요롭고 따뜻한 분들이셨다.
이제야 깨닫는다. 이웃들의 양보와 부지런함으로 철없는 젊은 가족이 이 세상을 오늘도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지금부터라도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