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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꿀 Feb 11. 2020

[개꿀너꿀 라이프](7) 엄마의 잔머리

예쁨은 포기한 꿀순이의 아침

어린이집만 다녀오면 꿀순이 머리가 예쁘게 변해 있다.


지네 머리, 삐삐 머리, 딴 머리... 등등 선생님들 솜씨에 따라 헤어 스타일도 각양각색이다. (어느 순간부터 선생님의 솜씨를 기다리게 됐...)


도대체 꿀순이를 어떻게 어린이집에 보내기에 이렇게 변신해 오는 거냐고? 집에서 예쁘게 단장해서 보냈다면 선생님들이 일부러 만지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까.. 음... 네, 맞습니다. 부스스하게 보냅니다.(인정하려 해)


우리 가족 아침 기상시간은 7시.


가장 먼저 일어난 아빠가 샤워를 하면, 엄마는 늑장 부리다 10분에 일어난다. 고양이 세수, 화장, 옷을 입고 나면 20분에 아빠 너굴이가 화장실서 나온다.


*여기서 미스터리. 엄마 개꿀이는 어디서 고양이 세수를 할까요? 정답은 제일 마지막에 남길게요.(참고로 우리 집 화장실 하나임)


우주는 20~30분 사이에 일어나는데 요샌 기상 시간이 늦은 편이다. 자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워 조금이라도 더 자도록 두게 된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늘 빠듯하다. 그 결과, 우주의 이쁨은 포기하게 되었다.(엄마의 잔머리는 늘고요)


(1) 세수

세수를 정~말 안 하려고 한다.


어릴 땐 손수건에 물 묻혀 닦아봤는데 발악하며 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물티슈(응?). 역시 운다. 어떤 날은 안 씻기고 보내는 이유다.


(2) 머리 묶기

꿀순이는 머리 묶는 것을 엄청 싫어한다.


그래도 그대로 보내기엔 너무나 부스스하다. 더군다나 전날 어린이집에서 딴 머리 같은 고난도 헤어스타일을 해왔을 경우, 그대로 보내려니 상당히 민망하다.(그냥 삐삐머리였으면 새로 묶은 척 보낼 텐데... 물론, 어린이집어 속아 넘어가진 않겠지만)


그럴 땐 머리를 풀고 대충 하나로 묶는다. 꿀순이가 좋아하는 책을 미끼 삼아 아빠에게 읽어달라 하고 후닥닥 묶는다. 이때, 아빠의 발연기는 필수다.(사자가 끄하하아앙 했어요, 같은.)


그러나 보통은... 그냥 풀어헤친 머리로 보낸다. 다행히 겨울이라 털모자를 씌우면 감쪽같다.(네?) <컴백홈>을 부르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리더 서태지를 닮아 힙하기도 하다.(진짜요?)


(3) 아침밥

꿀순이가 일어나면 보통 우유 한잔과 바나나, 모닝빵, 천하장사 소시지 같은걸 상위에 올려둔다. 그런데 너무 아침이어서 그런지 잘 먹지 않는다.


어린이집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먹었으면 좋겠는데 지켜보는 엄마빠는 속상하다.


겨우 바나나를 쥐어주면 잘 먹다가 차에 탄 이후부터 안 먹는다. 그러곤 어린이집에 가서 선생님한테 보여주며 "바나나~바나나~"한다. 자랑하는 거다.


이쯤 되면 생각한다. "10~30분만 일찍 준비해도 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텐데."하고.


하지만 그건 꿀순이에게 왠지 미안한 일이다. 어린이집 종일반서 생활하는 녀석이다 보니 집에서만큼은 푹 자게 두고 싶은 거다.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꿀순이가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이다.


아침에 헤어질 때, 저녁에 혼자 남은 꿀순이를 데리러 갈 때 마음이 좋지 않다. 울컥하고 미안하고 짠하다.


그래서 아침에 자고 있는 꿀순이를 깨우기가 늘 조심스럽다. (아빠 너굴이는 불을 확 켜서 깨웁니다. 어릴 적 이렇게 기상했던 저이기에 옛 생각이 막 나지요.. 하아)


결혼 전  아니, 아기를 낳기 전에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씻기지 않고 보내고, 머리도 안 묶고 보내는 엄마빠가 있단 얘길 들으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를 돌보지 않는 무책임한 부모라는 생각도 한 것 같다.


그. 러. 나. 내가 그런 부모가 되어보니 알겠다. 워킹맘, 워킹 파파, 학생 아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를. 또, 아침마다 얼마나 시끄러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를.


행여 제 자식을 눈곱 묻은 얼굴, 부스스한 머리로 등원시키는 부모라고 해도 내 새끼를 무척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아마 우리 가족은 내일도 모레도 비슷한 아침을 맞게 되지 않을까?(그래도 물세수는 시켜야겠군요.)


* 퀴즈 정답: 부엌 싱크대 혹은 그냥 세수 안 한 채로 출ㅋ근ㅋ(지저분하다 욕하지 마세요.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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