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TK를 떠나야 하는 게 아닐까?
딸! 너굴 서방이랑 같이 회사 휴가 내고 꿀순이 데려서 얼른 제주 와라. TV 보니 심각하더라. 더 악화되면 못 내려올 수도 있어.
점심 무렵,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도 큰소리로 '푸하하' 웃었다. 제주에 내려와 원룸을 구해 지내라는 말이... 현실적이기보단, 좀 허무맹랑해서 귀엽게 느껴졌다.
"농담 아니라니까! 너 임산부잖아!"
상황은 긴박히 돌아갔다. 반나절만에 내가 사는 경산과 옆 청도까지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속보가 떴다. 그래도 '설마' 쪽에 희망을 걸었다.
"회사 직원의 아빠가 확진자네 식당에 갔는데, 그 확진자에게서 계산을 했나 봐. 아빠는 자가격리 중이고 직원은 퇴근시켰어. 우리도 방역하고 퇴근할 거야."
코로나 19로 시교육청에서 시내 모든 어린이집의 강제 휴원 명령을 내렸습니다. 내일부터 차량 운행이 중단되오니 학부모님들께서는 가정보육에 힘써주십시오.
이 글을 쓰는 지금(20일 21시경) 코로나 확진자는 총 104명이고, 대구경북에만 21명이 발생했으며, 청도에서는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포항, 전주, 제주까지 확진자가 늘고 있다.
"너 왜 제주 안 오냐? 꿀순이만 데리고 빨리 내려오라니까. 나중에는 대구 사람들은 제주에 못 오게 막을 수가 있어. 엄마 애가 탄다, 애가 타."
그런데 하루 만에 상황은 긴박해졌다. 우리 회사만 해도 대구에서 열리는 회의 자체가 취소되고, 대구라서 참석하지 못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한다, 타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와 시험에서 대구 지역 사람들의 참가를 금했다는 뉴스도 보도되고 있다.
'왜 저 사람들은 이사 가지 않을까? 또 지진이 나고, 장마가 되면 또 잠길 텐데... 참 바보 같다.'
굳이 재난 상황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숱한 고비를 만나고 미끄러워 넘어지는 게 인생이다. 그렇기에 가장 최악의 상황을 염려하느라, 지금껏 붙들어온 삶을 놓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