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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꿀 Feb 24. 2020

(12) 작가가 알려주는 직장인 글쓰기 Tip

이렇게 동화작가가 되었습니다

*[개꿀너꿀 라이프] 9화 '나의 꿈 변천기' 마지막에 남겼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글입니다(아아,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요. 제 글을 읽는 분이 있긴 한가요오? 그렇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오오~외로운 메아리!)

나는 동화작가다. 2013년에 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책을 서너 권 펴냈다. (헉, 벌써 작가가 된 지 7년 차네요. 자괴감이 듭니다.)

* 지금은 회사에 다니는, 둘째를 임신한 정신줄 놓은 워킹맘 작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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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강연을 가면 이런 질문을 듣는다.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요?"


난감하기 짝이 없다. 어느 작가가 말한 것처럼 '어쩌다 보니 작가가 되있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해서 어느 날은 하루에 일기를 두 번이나 써서 혼나기도 했다.


(일요일 일기에 토요일 날 생겼던 일을 썼더니 선생님께 '일기는 미리 써두는 게 아니에요'라는 꾸지람을 들었다. 그때 얼마나 억울하고 속상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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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평생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꿈은 기자였지 작가는 아니었다. 


그러다 동화를 써보란 선배의 권유에 힐끗 관심을 가졌다가 5년 여가 지나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고 그만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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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나는 동화와 열렬히 연애했다. 아니, 짝사랑이 심했다.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책은 무척 새로웠다. 우선, 내가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과 질이 달랐다. 다양한 주제에 깊이 있는 이야기, 작가의 통찰과 세계관이 담겨있었다. 삽화와 표지는 또 얼마나 예쁘고 귀엽던지.


많은 사람들이 '동화'를 그저 유치한 이야기쯤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동화 쓰기를 비교적 수월하게(?) 여겨 도전했다가 포기하는 지망생들도 많다.(이 이야기는 다시 새로운 주제로 써보겠습니다. 궁금하다면 소리 질러!!! 아아, 공허한 메아리가~)


자꾸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다.

다시 돌아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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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사를 다니며 동화를 읽고, 쓰고, 공부한 케이스다. 그러다 어느 정도 작품이 모이자 한꺼번에 공모전에 응모해 상을 받았다. (그러니까 양으로 승부)


*tip: 실제로 공모전 요강을 보면 '중복 투고'를 금한다. 같은 원고를 동시에 다른 공모전에 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여러 공모전에 작품을 내려면 한 군데 떨어진 작품을 다시 타 공모전에 내거나, 아니면 여러 편을 쟁여 둬야 한다.


자, 지금부터 내가 회사를 다니며 글을 썼던 비법을 공개하겠다.(부디,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길 바라며!!!) 


(1) 출퇴근길 독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경우에 유용하다. 내가 작가로 등단한 것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때였다. 당시의 주 교통편은 당연하게도 지하철이었다.


서울은 출퇴근 시간이 꽤 걸리다 보니 지하철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쪽잠을 잘 수도 있고, 화장을 할 수도 있고, 핸드폰 게임을 할 수도 있지만 작가가 꿈이라면 독서를 해보는 건 어떨까?(다상, 다독, 다작이 작가가 되는 방법이란 건 다들 아시죠?)


종이책이 무겁고 부담스럽다면 전자책을 권한다. 전자책 구매 비용이 부담스럽다면(이상하게 종이책보다  저렴한데도 아깝게 느껴지곤 한다) 공공도서관 e북 시스템을 이용하면 된다. 전자 대여, 반납이 가능하기에 알뜰히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


(2) 은유 훈련


출근해서 딱 3~10분만 투자해보자.


막상 글을 쓰다보면 어휘력, 문장력의 한계를 만나게 된다. 소설, 동화 같은 픽션을 쓴다면 맞춤법, 띄어쓰기 보다 중요한 게 창의력이 아닐까 싶다.


세상을 보는 눈, 세상에서 소재를 긷어 올리는 능력, 그리고 문장을 주무르는 솜씨, 표현력 같은 것.


겪어보니 좋은 문장을 쓰는 힘은 꾸준한 훈련으로 기를 수 있더라.(물론 타고난 감각을 가진 사람은 이기지 못합니다. 분하지만 인생이 그렇더라고요 흑흑)


내가 즐겨 해온 은유, 비유 훈련을 공개한다.


가) 작은 포스트잇 사이즈의 쪽지를 준비한다.


) 쪽지에 엉뚱한 단어를 적어서 대충 아무렇게나 작게 접는다. (평범한 단어 말고 창작에 엮을 수 있는 기발한 명사형 단어들.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면 옆사람에게 적어달라 해라.)


ex. 똥, 맨홀, 잔소리, 콧물, 풍선, 기침, 지팡이 등등


) 종이들을 회사 책상 서랍 한 군데 넣어둔다. 언제든 뺄 수 있도록.


라) 의식하지 않고 2장을 뽑는다.


마) 그것을 펼쳐놓고 다른 종이에다 은유(A는 B다. 왜냐하면 ~이기 때문이다) 훈련을 한다.  끝.


비유, 은유라는 수사법은 다른 사물에서 공통점을 찾는 과정이다. 우리가 국어시간에 많이 배웠던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을 떠올려보자. 이 시에서 봤던  '님=조국" 같은 은유법은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전혀 새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반드시 나만의 시선으로 사물의 새로운 면을 발견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우리가 매일 걷는 출근길을 떠올려보자. 당신은 그 길에서 어떤 새로운 걸 봤는가? 기억나는 색채나 풍경이 있는가? 아마 잘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구태의연한 시선으로 그저 훑어 지나가기 때문이다.


이 훈련을 열심히 하면 사물을 보는 눈이 새로워진다. 그리고 전혀 다른 단어들을 억지로 연결 짓다 보니 엉뚱하고 독특한 표현이 나온다. 머리가 굳었다면 이렇게 훈련으로라도 말랑말랑하게 해주어야 한다.


(3) 5분 창작


자, 본격 업무에 들어가기 전 딱 5분만 더 투자해보자.


서랍에서 쪽지를 3개 꺼낸다. 모니터에 메모장 혹은 한글 창을 띄어놓고 3개 단어가 들어가는 이야기를 5분간 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무의식적으로, 손가는대로 쓰는 거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려고 애쓰지 말고 억지스럽더라도 그냥 쓰는 게 중요하다.


5분이 지나면 딱 멈춰라. 그리고 창을 닫자. 어차피 완성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니었으므로.


소재가 없어서 답답한 날, 그렇게 쌓아둔 글들을 열어보자. 분명 기발하고 재밌는 이야기가 눈에 쏙 들어올 것이다.


이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그것을 골라 진짜 이야기로 만드는 거다.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천 조각을 잇고 덧대어 멋진 옷으로 만드는 것. 그게 당신이 해야 할 일이다. 생각보다 꽤 멋진 유니크한 작품이 나올 것이다. (실제로 이 과정을 통해 평소라면 생각 못했을 작품들을 많이 건졌다.)


(4) 아이디어 기록하기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책을 읽다가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오른 경험이 있을 거다. 아이디어의 뒷통수는 대머리여서 그 순간 바로 붙들지 않으면 날아가 버린다.


누군가는 잠자는 머리맡에 수첩을 뒀다가 꿈에 나온 이야기까지 적는다는데(카프카의 변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이 그렇게 탄생했다고 알고 있다) 솔직히 쉽지 않다.


자신이 가장 편한 방법으로 기록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길 권한다. 핸드폰 메모장, 카톡, 밴드, 카페 등. 중요한 건 차곡차곡 쌓여서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거다.


나는 예전에 <에버노트> 어플을 이용했는데 꽤 괜찮았다. 그런데 폰도 바뀌고 비번도 잊어버 요샌 카톡 '내게 보내기' 기능으로 메모를 남기는데 한눈에 보기 힘든 구조이므로 사실 비추다.


(5) 꾸준히 쓰기


직장에서 일까지 하며 몰래 글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그럴 시간이 나는 직장에 다니는 거라면 관두지 마세요. 복 받은 겁니다.)


직장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로지 퇴근 이후, 혹은 주말뿐.


작가가 되고 싶다면 작품을 써야 하고, 글을 쓰려면 여가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퇴근 후에 집에 가서 부디 컴퓨터를 붙들고 작품을 써라.


많은 핑계와 유혹거리가 도처에 놓여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겨내느냐 마느냐가 당신을 작가로 만들어준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내가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갑자기 화려하게 등단하거나, 누군가가 찾아와 "당신 팬입니다" 고백하거나 출판사에서 난데없이 출간 제의... 가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런 일은 도무지 벌어지지 않지만 당신은 이미 이전과 다른 사람이다. 그것이 글을 완성해본 사람과 중간에서 포기하는 사람의 차이다.


나 역시 퇴근 후, 새벽 5시까지 글을 붙들곤 했다. 물론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청춘이었기에 약속이 많아 매일 그러지는 못했다. 그러나 마음먹었을 땐(공모전을 앞두고 있다거나) 정말 그렇게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이 과정을 통해 느꼈다. 간절함, 독기, 열정, 성실함 같은 게 있어야 겨우 졸작 한편이 완성된다는 걸.


#

오늘도 우물쭈물하고 있는가. 작가는 작품으로 이야기한다. 지금 무엇이든 쓰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작가다.


당신 폴더에 쌓인 한심하고도, 민망하고도, 창피한 그 작품들이 무엇을 해내는지 지켜보라. 그것들이 당신을 어느 날 문득 '어엿한 작가'로 만들어놓을 테니.(명심하세요. 인기 작가 말고 어엿한 작가입니다. 인기 작가가 되기란 쉽지 않더군요 흑흑)


건투를 빈다. *


p.s 솔직히 고백하자면 요새 저는 '창작' 분야의 글은 아무것도 못쓰고 있습니다. 아기 낳기 전에 시리즈 동화 2편을 출판사에 넘겨야 하는데 브런치로 숨어들고 말았죠. 그런데 이 글을 쓰며 전의를 다지게 됩니다. 나도 이렇게 치열하게 썼던 적이 있었는데... 문득 반성이 되네요. 우리 함께 써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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