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동화작가의 자기 고백
길든 짧든 한 편의 글을 완성해본 사람은 안다. 쓰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이걸... 버려? 말어?'
그런데도 도대체! 나의 어떤 점이 달라진 거냐고? 그 변화는, 나만 눈치챌 정도의 아주 사소하고 내밀한 변화이므로 직접 겪어보길 바란다.
"작가로서의 첫발을 축하합니다."
내가 바로 '아무것도 아닌 상태'다. '동화작가'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근 1년 넘게 새 작품을 못 썼으니까.
'작년에 못 썼으니 올해는 무엇으로 먹고살지?'
최근에 인세 계약한 작품을 쓴 건, 2018년의 일이다. 그러니까 꿀순이가 태어난 해의 일.
오히려 '필사적'이 된 건, 꿀순이를 낳고 나서다. 그때의 나는 영영 글이란 걸 못쓰게 될까 봐 무척 두려운 상태였다.
실제로 많은 엄마들이 나처럼 살고 있었다. 출산 한 달도 되지 않아 일터로 복귀한 엄마들의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건 이거였다.
"아기를 낳는다고 모든 커리어가 끊어지지 않아요. 포기하지 마세요."
욕심이 많았다. 엄마로서의 경험, 작가로서 찾아온 기회...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쉬는 순간 일감과 벌이가 줄어드는 프리랜서였기에 '절박감'이 컸던 것 같다.
꿀순이가 태어난 지 생후 3개월이 지나자 조금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아, 이게 말이야 방귀야?"
마감이 급한 외주 일은 꿀순이를 튜브 의자에 앉혀서 책상 위에 고이 올려놓고 썼다.
이게 책이 될 이야기인지, 아니면 그저 쓰레기에 불과한지 완성하기 전엔 알 수 없다. 작가는 그저 막막함, 불안함과 싸우며 나아갈 뿐이다.
그 결과, 하나는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고 두 편은 본선에 올랐다가 아깝게 떨어졌다. 그리고, 한 편은 상을 받았다.(그렇게 출간된 게 <오합지졸 초능력단 1>이다.)
결국 내가 완성한 작품이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다시 또 막막함과 싸우며 고치고 고민하는 수밖에.
세상에 나오기까지 10년이 걸렸다한들 그게 베스트셀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희망에 기대어, 어느 작가의 성공스토리에 기대어, 때때로 겪는 운수 좋은 일들에 기대어 쓰고 또 쓰는 것. 그것이 바로 작가의 일이 아닐까.
세상에 '정도'와 '정답'은 없다는 것. 특히, 글쓰기가 그렇다.
분명한 건, 글이란 건 반드시 써야만 완성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엇도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