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모닝 루틴

RSS리더로 시작하는 하루의 아침

by energypaper

언제였더라.. 이 습관(?)이 밥을 먹는 것처럼 당연한 일상이 된 것이..

한 10여 년은 훌쩍 넘은 것 같다.


직업의 특성 탓도 있었겠지만 난 늘 정보에 허기가 졌었다.

네이버가 앗아간 척척박사 만물박사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은밀한 작업이라도 하듯이 매일 아침 출근 후 허겁지겁 이 정보 저 정보를 취식한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 습득하고 싶은 기세로 지구 편 너머 분쟁의 원인이나 IT업종 주요 인사의 발언부터 SNS 포털의 핫이슈, 맛집 블로거의 탐방기, 심지어는 연예 찌라시의 세세한 가십까지..

그렇다고 심도 있는 정보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베스트셀러 제목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딱 이 수준이었다.


이 취향은 매체의 변화와 IT의 발전에 따라 습득 방식을 달리해왔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는 매일 조간신문들을 스캐닝하듯 타이틀만 훑어보다가 관심거리는 포스트잇을 붙여둔 다음 별도로 스크랩하기도 했고, 주간, 월간지는 주로 화장실에서 탐독하다 관심거리는 ‘부~욱’ 찢어 보관을 한다는 등 별도의 노동이 들어가는 일련의 작업들이었다.

그러다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부터는 이메일레터를 통하거나 웹페이지 즐겨찾기를 통해 갈무리하다가 지금의 RSS 리더로 정착되었다. (물론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로는 스크린캡처나 내 카톡 보내기도 활용하고는 있다.)



즐겨찾기로 스크랩해 놓은 각 사이트들을 일일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새 글이 일목요연하게 배달되는 RSS리더는 이런 나의 욕구를 충족해 주는 멋진 선물이었다.


IT, 마케팅, 맛집, 요리, 뉴스 검색, 여행, 흥미 등 나의 관심사들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원하는 구독 리스트를 채워나간다. 신문을 펼쳐본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한 세대, 그 좁은 지면에 정제된 단어로 구겨 넣은 정보는 이미 정보가 아닌 지 오래..


이 멋진 기능이 수익모델의 부재로 인해 한RSS, 구글리더 등이 중지했을 때에는 주말 아침 니코틴이 결핍된 좀비가 선호하는 담배를 찾아 이 가게 저 가게를 방황하는 심정이었다. 피들리(Feedly)라는 이 멋진 녀석을 찾기 전까지는..


그런데 고민은 또 이어졌다.

내가 원해서 구독하는 이 많은 정보들 중에서 또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

'좋아요' 기능을 통해 스크랩을 하거나, 에버노트로 보내거나, 구글맵에 마킹을 하거나 하면서 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RSS로 구독한 맛집정보는 구글맵으로 정리해서 여행이나 출장 시 참조한다

언제 들여다볼지도 모를 혹은 평생 열어볼 일 없을지도 모를 나만의 데이터베이스.

누구에게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뭔지 모를 뿌듯함에 모았던 초등학교 시절의 우표수집처럼

정보에 대한 소유 욕심이 부른 과욕의 결과물이다.


이 습관이 가져다준 미필적 고의의 결과는 어떤 대화에서든 넓고 얕은 지식으로 현안에 밝고 트렌드에 민감한 체를 하게 했고, 전국 맛집을 섭렵하며 시니컬한 품평을 날려대는 맛객의 흉내를 내게 했고, 백종원 레시피를 능가하는 맛이라고 최면을 걸은 각종 핸드메이드 퓨전 먹거리를 가지고 주위를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지만 가끔 호의적인 반응에 고무되어 난 점점 이 집착에 빠져들었다.


창조를 위한 산통의 과정 없이 남이 생산해 놓은 창조물을 스크랩이라는 가벼운 노동을 통해 나의 자양분으로 흡수하면서도 그것 또한 하나의 멋진 콘텐츠인지라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점점 RSS 서비스가 사라지고 있다. 오래전에 네이버뉴스도 RSS서비스를 중지했고, 블로그 등 콘텐츠 제작자들은 인스타 등의 숏폼으로 넘아간 터라 더 이상 추가 구독할 콘텐츠가 사라져 가고 있다.

난 이미 중독되었고, 고급정보를 거저 받아먹게 길들여져 있는데..


'십수 년간 공짜로 섭취했으니 이제 나도 누군가의 콘텐츠 제공자가 되어야 하는 부채가 청구된 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오늘 아침도 난 347개의 RSS피드가 쏟아내는 수백 건의 정보를 펼쳐놓고 오늘 안 먹으면 내일 두 알을 먹어야 하는 이 이상한 처방전의 비타민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있다.


제발 나의 Seeder들이 RSS 없는 세상으로 탈출하지 말기를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