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남편의 주재원 생활을 따라 중국에 와서 살고 있고,
육아휴직 중인 저는 어느덧 열 달째 이곳에서 세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어요.
중국 생활에서 제가 가장 만족하는 건
바로 진지후 호수 앞에 살고 있다는 거예요.
우리 집 거실 창 너머로 펼쳐지는 탁 트인 풍경,
같은 길이지만 매일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조깅 코스,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호수 광장까지.
이렇게 좋은 곳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눈을 뜨면 자연스럽게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아침이면 아이들은 가장 먼저 창가로 가요.
오늘은 날씨가 어떤지,
호수 건너편이 어디까지 보이는지 확인해요.
비가 한바탕 쏟아진 뒤에는 무지개를 본 적도 있고,
한여름에는 하늘을 가르며 내려치던 번개를
아이들과 함께 숨죽여 바라본 날도 있었어요.
구름이 얹힌 호수 위의 하늘도 좋고,
노을빛으로 천천히 물들어가는 저녁 풍경도 참 아름다워요.
주말 저녁이면 음악 분수 쇼가 열리고,
중국 사람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불꽃놀이도 종종 볼 수 있어요.
이 호수를 바라볼 때마다
늘 떠오르는 비유가 하나 있어요.
작은 종지에 소금 한 줌을 넣으면 짜지만,
넓은 호수에 같은 한 줌을 넣으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상처도, 시련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마음의 그릇이 작을 때는
사소한 일에도 큰 파도처럼 흔들리지만,
마음이 조금만 넓어지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물결 하나가 되더라고요.
진지후를 바라보고, 걷고, 숨 쉬는 시간 속에서
제 마음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등교를 하면
저는 이 호수를 따라 조깅을 해요.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도,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도 아니에요.
아이들을 스쿨버스 태우러 나갔다가
저는 자연스럽게 호수로 향하는 루틴이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어나자마자 러닝복장으로 갈아입고, 아이들이 꼭 셔틀을 타기위해 서둘러야 하지만,
이렇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매일 감사해요.
요가가 내 몸을 안으로 데려오는 수련이라면,
조깅은 나를 세상 쪽으로 다시 풀어주는 수련 같아요.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아도 괜찮고,
멈추지만 않으면
결국 다시 흐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이 호수 길에서 몸으로 배우고 있어요.
처음 중국에 온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해주었어요.
하지만 제가 느낀 요즘의 중국은
생각보다 훨씬 살기 편한 곳이에요.
중국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해도
스마트폰 하나면 대부분의 일이 해결되고,
QR 코드와 미니앱 덕분에
배달, 교통, 결제까지 손가락 몇 번이면 충분해요.
물론 아직도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면
‘아, 여긴 중국이지’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거리 곳곳을 청소하는 분들이 늘 계시고,
도시는 생각보다 단정하게 유지돼요.
유행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사람들 각자의 스타일이 뚜렷한 것도 인상적이에요.
무엇보다 “괜찮아, 괜찮아(메이꽌시)” 하고 웃어 넘기는
그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가 참 좋아요.
의외로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는
저에게 편안함을 줘요.
주변의 말들이 또렷하게 들리지 않으니
괜히 신경 쓸 잡음이 줄어들었고,
아이들과 조금 시끄럽게 웃어도
눈치를 덜 보게 됐어요.
이곳은 아이들에게도 유난히 관대해요.
식당마다 키즈 식기와 아이들 메뉴가 준비되어 있고,
아이들이 조금 떠들어도
크게 눈살을 찌푸리지 않아요.
그리고 이 모든 중국 일상의 중심에는
제 마음이 있어요.
호수를 걸으며 느려진 마음,
조깅하며 다시 맞춘 호흡,
충분히 생각하고 기록할 수 있는 여유.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매일같이 마주하지 못했을 하늘과 호수와 다양한 사람들 덕분에
제 마음의 그릇도 조금은 커진 것 같아요.
늘 그 자리에
넉넉하게 펼쳐져 있는 호수를 바라보며
저는 자주 사진을 남겨요.
넓고 잔잔한 물처럼
내 마음도 그렇게 닮아가고 싶다는 걸
기억하기 위해서요.
이게 지금,
중국에서 제가 하고 있는
저만의 마음을 넓히는 수련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