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ero Sep 11. 2021

첨삭받는 행복

누가 제 글 좀 봐주세요

첫 번째 책 발간을 앞두고


 조만간 공동 저서로 내 필명이 새겨진 종이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아마도 다음 달이면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이 가능해질 것이고, 최근에는 또 다른 책을 내려 여기저기 투고하는 중이다.


 공동 저서라 해도 첫 책을 내면서 앞으로 종이 위에 내 이름과 글이 새겨질 생각을 하면 가슴이 웅장하게 차오른다. POD (published on demand, 주문이 들어와야 인쇄하는 책) 방식으로 출간하여 온라인 서점에는 올라 가지만, 오프라인 대형 서점에 깔리지는 않을 거라 판매 부수가 높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에게는 'Enero의 첫 번째 책'이라는 데 의미가 깊다.


 국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관련된 업무를 하는 것도 아니라 그냥 글 쓰는 게 좋아 벌인 일이었다. 그래도 이왕이면 잘해보고 싶어서 내가 작업한 원고를 조판 양식에 넣고 프린트해서 100번은 다시 읽었다.


 스크롤로 내리면서 볼 땐 발견하지 못한 오탈자나 어색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내 문장이 이렇게 이상한가요?>라는 책을 읽으면서 또 내 글을 다시 살폈다. 내 글은 확실히 어딘가 이상했다. 나는 꽤 오래 외국에서 생활했고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통번역을 한 탓인지, 모든 문장엔 주어가 너무나 확실한 데다 번역체가 많았다. (지금도 사실 My sentences emphasize the 'subject' too much and this makes me feel like I translated an essay, not writing my own words.라고 쓰고 싶다...)



이렇게 고치면 좋겠다. 근데, 괜찮겠어?



 몇 군데 어색한 부분을 수정하고 다시 인쇄하기를 반복하다가 책 좀 읽는다는 친구와 글 좀 쓴다는 친구에게 내 글을 보여줬다. 나는 내 글을 보여주는 게 전혀 부끄럽지도 않았고, 이 친구들이 내 퇴고를 도와준다는 게 정말 좋았다.


 하지만 오히려 친구들이 나에게 몇 가지 문장과 흐름을 지적하면서 미안해했다.

 "사실 내 글에 적힌 모든 단어와 묘사는 다 내 새끼 같잖아. 그런 네 새끼한테 내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게 좀 미안하네. 네 글을 읽고 내가 빨간 동그라미 표시를 엄청나게 해도 괜찮겠어?"


 "뭐가 미안해! 나야 정말 고맙지! 내 새끼라서 보이지 않는 허물을 너희가 짚어줘서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잖아. 그럼 좀 더 근사 해지는 건데. 내 글의 주제나 컨셉을 지적한다면 조금 마음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더 돋보이게 해 줄 수 있으려면 나는 너희 첨삭이 간절해."


 결국 이번에 발간하는 책에 쓰려던 첫 챕터는 두 친구의 첨삭을 거쳐 싹 다 갈아엎었다. 

 실제 작가님 두 분도 마침 그 전보다 다시 쓴 수정본이 훨씬 흐름과 가독성이 좋다고 해 주셨다.


 누군가가 내 글을 첨삭해주고 고칠 만한 점을 조언해 준다는 건, 그만큼 내 글을 애정 어린 눈으로 깊이 살펴봐 주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내 문장이 신랄하게 까이고 오탈자 지적을 당하는 게 속 상하다기보단 오히려 감사하다. 


 만약 언젠가 내가 이걸로 돈을 벌 수 있는 진짜 '직업 작가'가 된다면 오히려 더더욱 누군가가, 특히 비전문가인 친구들은 내 글을 첨삭한다는 데 큰 부담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이번에 내 첫 책을 준비하면서 적어도 내 글을 꼼꼼하게 살펴준 이 두 친구에겐 끝까지 부탁하고 싶다. 제발 내 글 좀 봐달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클럽하우스와 카카오 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