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내 태도가 변한 이유
궁금하신 점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소속된 직장이 있다면, 직급이나 직무를 막론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적게는 팀원들에게, 넓게는 전국 혹은 해외에 포진한 직원에게 회사 규정이나 업무 정책, 맡고 있는 프로젝트, 공지사항에 대해 전파하는 일 말이다.
팀장이라면 몇 명일 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팀원들에게 위에서 내려온 업무 지시나 변화 내용 등에 대해, 혹은 목표 의식에 관해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이며, 내가 속해 있던 스탭 부서에서는 메일이나 공지사항 게시판 등을 통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건지, 뭐가 변했으며 담당자는 누구인지 등을 알렸다.
처음 스탭 부서에 전배 하기 전, 왜 본사에서 내린 의사 결정 사항 같은 것들이 우리 같은 지사 말단 직원에게까지 전달이 잘 안 되는지가 불만이었다. 꼭 일이 터진 후에야 "아, 그거 그때 정책 바꿨는데요." "시스템 변경되었는데요?" 같은 차가운 반응으로 돌아오니 기분이 상했다.
그래서 "말하기 전 한번 더 생각했나요?"란 마음가짐으로 다른 부서에 내용을 묻기 전 메일함에 들어가 나올 수 있는 단어 조합을 죄다 검색해보고 스스로 찾아내는 게 편했다. 사실 대부분 내용은 이미 메일로 사전 공유가 된 상태였다. 다만 "읽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안 읽고 "읽음 표시"를 하거나 그냥 남겨둔 것들이 많을 뿐이었다. 그 덕인지 나는 스탭 부서에 차출되어 부서를 옮길 수 있었다.
내가 이 내부 전파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최대한 눈에 잘 띄고, 두 번 물을 필요가 없을 만큼 글을 잘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덕분에 초반에 정책이나 공지사항 등을 한 판 정리해서 메일을 쓰기 시작했고, 그 덕에 "Enero님이 스탭 부서에 오신 후 정리가 잘 되어 좋아요."란 칭찬도 받았다.
하지만 결국 메일은 '읽는 사람'만 읽는다. 읽지 않는 사람은 죽어도 안 읽고 결국 다시 물어본다.
처음에는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싶었다. 그래서 같은 질문이 여러 명에게 여러 번 들어와도, 그때마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저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라는 질문이 들어오면 나는 응당 이렇게 답했다.
"그럼요! 열 개도 괜찮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친절하게 응대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1년이 지나니 나도 더는 좋은 소리가 안 나왔다.
메일로 이미 다 전파한 내용인데 100명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면 그중 읽는 사람은 절반이 안 된다.
그 절반인 50명 중에서도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며 정말로 '읽은' 사람은 이 중 절반 정도 될 것이며, 나머지는 제목만 누른 수준이다.
"이거 언제 바뀌었어요? 시스템 바뀐 것 같아요."
"네, 안녕하세요. 시스템 변경 공지 1개월 전에 메일 드렸는데, 혹시 확인해 보셨나요?"
언젠가부터 시스템이 변경된 이유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언제 공유해줬고 그 메일 제목이 무엇이었는지 알려준다.
그분은 나에게 처음 질문한 입장이지만,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 사람은 50명쯤 된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변했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스탭 부서 가더니 사측 다 됐네! 예전엔 친절하게 우리 입장에서 다 말해주더니."
내가 변한 건 스탭 부서에서 내가 사측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내 업무도 바쁜데 열심히 공들여 쓴 공지사항 한번 되찾아보지 않고 되묻기를 반복하는 것들 때문이었다.
그래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메일을 쓸 때 스스로 세 번은 다시 읽고 보낸다.
말미에는 항상 "추가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부탁드립니다."라고 쓰지만, 사실 그 속내는 이러하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잘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