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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카야자 Feb 19. 2020

시동을 끄지 않아도 시동이 꺼지는 차

'후진' 버튼 실수했다고…내리막길 엔진 꺼지다니

운전자가 시동을 끄지 않아도 시동이 꺼지는 차가 있다.

바퀴가 굴러가는 중에 시동이 꺼지고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 차.

해당 차량은 출시 당시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펠리세이드이다. 


상황은 이러했다.


비오는 내리막길에서 조수석에 아이를 태운 운전자는 

버튼식 기어 조작에 익숙치 않은 탓에 후진 기어를 넣은 채 

전방의 내리막을 내려가게 된다. 


경사가 심했던 탓에 차는 후진기어를 넣었음에도 전진했다.


비오는 산길을 걸어 내려가는 지인을 발견해 

한차례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운 뒤 말을 걸었다가 

차는 다시 출발했다.


그러다 이내 차내에서 '퉁'하는 소리가 들렸고

운전자는 아이에게 어딘가를 발로 찼냐고 물었다.


그리고 아이가 데크를 발로 찬 소리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거의 동시에 차량의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다는걸 알게 됐다.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차는 경사로에서 점점 가속이 붙었다.

그 산길을 20년 이상 다녔던 운전자는 더이상 차량이 가속이 붙으면

산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오른쪽(언덕방향) 바위와 나무에 차를 부딪쳐 차를 세웠다.


뒤집어진 채 차는 멈췄다. 


200128 뉴스데스크 <'후진' 버튼 실수했다고…내리막길 엔진 꺼지다니> (운전자 제공 사진)



운전자는 본인이 출발 전 후진기어를 넣었는지 몰랐다.

운전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나?


운전자는 또한 주행중인 차량의 시동이 꺼져있는 줄 몰랐다고 한다.

이 또한 말이 안되는 상황인가?


기어 변속 레버가 손잡이 달린 스틱형이 아니라 버튼식이라는 점,

각각의 기어 버튼이 서로 붙어있다는 점,

스틱형 변속기도 마찬가지지만 버튼식도 운전 중 기어를 바꿀 때 일일이 보지 않고

관성적으로 조작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일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일까?



200128 뉴스데스크 <'후진' 버튼 실수했다고…내리막길 엔진 꺼지다니>



신차인 탓에 시동이 걸려있을 때에도 차량의 진동이나 소음이 크지 않았던 점,

핸들 앞 계기판은 꺼지지 않았던 점 등을 생각해봐도 

차 바퀴가 움직임과 동시에 시동이 꺼졌다는걸 바로 느꼈어야 한다는 지적이 

모든 차량 모든 운전자에게 언제나 지당한 말일까?


그래도 그런 생각이 든다면 

일단 그렇다고 치자. 

운전자가 어떤 기어를 눌렀는지도 모르고 운행 중 시동이 꺼진걸 모른다는건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운전 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 운전자가 시동을 끄지 않았는데 

시동이 꺼지는 차는?



200128 뉴스데스크 <'후진' 버튼 실수했다고…내리막길 엔진 꺼지다니>



어떤 상황이더라도 차량의 시동은 

운전자의 조작으로 인해 켜지고 꺼져야 한다.


시동이 꺼지면 엑셀이나 브레이크 패달이 모두 듣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교통사고와, 운전자의 안전과 절대로 무관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200128 뉴스데스크 <'후진' 버튼 실수했다고…내리막길 엔진 꺼지다니>



이 사연을 접한 박병일 명장은 다른 차들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는 다른 현대기아 차들과 다른 브랜드의 국산차들과 외제차들을 모아 내리막에서 실험을 했다.

그 중 몇대의 차에 대한 실험을 우리 취재진과 함께했다.


순서는 펠리세이드-BMW 520-말리부 순이었다.

차량 실험을 안과 밖에서 찍기 위해 각각 두번씩 주행했다.

주행 전 차량에 세 대의 고프로*를 설치하고 밖에서는 ENG카메라**로,

차량에 함께 탑승한 두번에 주행에서는 핸디캠으로 촬영했다. 


물론 여러번의 시도에도 각 차량이 보여주는 결과는 같았다. 



고프로*(GoPro) : 카메라, 액션캠, 드론 등을 생산 및 유통하는 미국의 회사. 주로 GoPro사에서 나온 'GoPro Hero'라는 액션캠을 '고프로'라고 통칭한다. 

ENG카메라**(Electronic News Gathering Camera) : 뉴스의 현장취재를 위한 휴대용 카메라 장비




박병일 명장이 실험해본 현대기아차들(펠리세이드, 베라크루즈, 싼타페, 투싼)은 

모두 같은 상황에서 시동이 꺼졌다.


반면 BMW 520 차량은 기어가 N으로 바뀐 뒤 시동이 꺼지지 않았고

GM의 말리부 차량은 후진기어 상태 그대로 계기판에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 작동'이라는 표시와 함께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들어갔다.



200128 뉴스데스크 <'후진' 버튼 실수했다고…내리막길 엔진 꺼지다니>



그러니 무조건 이 차들이 좋은 차들이다,는 말이 아니라

최소한 해당 브랜드들은 위와 같은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차량 제조 당시부터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천에서 박병일 명장과 차량 실험 취재를 한 뒤 그날로 바로

나와 취재기자는 사례자를 만나기 위해 군산으로 향했다.


먼저 사고 차량을 스케치 한 후 운전자 인터뷰를 했다.

이후 그녀의 집으로 가 PC에 남아있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며 

당시 상황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희한했던 건 해당 사고가 일어난건 수개월 전이고 그 동안 이 사고에 대한 

기사는 전무 했었는데 우리가 군산에 가서 취재를 하는 동안 갑자기 인터넷에

해당 사고에 대해 중앙일보, 세계일보 등이 작성한 기사가 여러건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사들은 모두 현대자동차 측의 설명을 그대로 반영하여

운전자의 운전미숙과 차량의 정상적인 작동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다.


그 날 아침 취재기자가 현대자동차 측에 해당 사고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몇시간 뒤 해당 사고에 대해 전혀 관심없어 보이던 몇몇 언론사들에서 

현대자동차의 입장을 고스란히 반영한 기사들이 올라왔다.


근거가 없으니 단정지어 어떤 일이 있었으리라 쓰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자연스러운 상황은 아니었다. 


취재과정에서 현대자동차 측에 해당사항에 대한 반론을 문의하자

후진기어로 경사로를 내려가면 시동이 꺼지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는 정상적인 작동이라고 답했다.



200128 뉴스데스크 <'후진' 버튼 실수했다고…내리막길 엔진 꺼지다니>



'정상적인 작동'을 어떤 뜻으로 말한 건지는 모르겠다.

차량에 이상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라는 뜻일까?


그렇다면 그 '정상적인 작동' 하에서 차량에 타고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대처는 어떤 것일까?


 

<미방분> 사고가 난 펠리세이드 차량의 현재 모습



현대자동차가 말하는 '정상적인 작동'의 결과로 차는 위와 같은 모습이 되었고

운전자와 5살배기 아이는

분명히 죽을 뻔했다.








운전자는 사고 뒤 현대자동차 측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두어개의 펠리세이드 차주 전용 카페에 가입을 했다.

본인과 같은 사례가 더 있는지, 

없다면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그녀는 말했다.


해당 카페에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올리고

현대자동차 측의 대처, 그에 대한 불만 등을 함께 올렸고 

본 게시글은 카페 내에서 이슈가 돼 SBS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에 

방송되기도 했다.


본 게시글에 대한 관심이 무르익으면서 한 회원이 

'이런 사람 도와주다가 지난번 누구누구의 사례처럼 

갑자기 카페에서 사라져버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섞인 글을 달았고

그녀(사고차량 차주)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내가 이 카페에서 없어지면 이러이러이러한 보상들을 받은 줄 알라'며

농담 섞인 대응을 했다.


'이러이러이러한'에 담긴 내용들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새로 나온 GV80차량 제공, 현금 3억여원 보상, 본인에게 사고에 대해 응대한 직원의 해고 등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보상들을 현대자동차에 요구한 적은 없었다. 

그저 말그대로 '내가 사라진다면 이런줄 아세요'라는 분노섞인 농담이었을 뿐.


그러나 위 글로 그녀는 '정도를 모르는 김여사'가 되어 

해당 카페에서는 물론 그녀의 인스타그램 등에서 많은 사람들의 

욕설을 들었다.


심지어는 그녀의 딸에 대한 욕, 그리고는 "자살하라"는 말까지 들었을 때 

그녀는 정말 펑펑 울었다고 한다.


시동이 꺼지는 그 차에서 시작된 일련의 일들이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관련 리포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655037_32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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