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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카야자 Jun 01. 2020

'철이 없다'는 변명으로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

[단독] 또래 집단 폭행한 중학생들…반성없이 제 걱정만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너무나 많다."

뉴스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이야기.


또 하나의 있어서는 안될 일에 대한 이야기다.


4월 19일 새벽 강동성심병원 응급실로 한 남학생이 실려온다.

머리에 심한 외상을 입고 두개골 내부에 피가 차 압력이 높아져있는 상태.

그 학생은 개두감압술을 받는다.



200506 뉴스데스크 <[단독] 또래 집단 폭행한 중학생들…반성없이 제 걱정만>



새벽에 그 아이에게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그보다 앞선 19일 새벽 그 학생의 모습은 강동구 한 골목길 cctv에 담겼다.



200506 뉴스데스크 <[단독] 또래 집단 폭행한 중학생들…반성없이 제 걱정만>



저 모습이 찍힌 후로 학생은 바로 옆 골목에서 동갑내기 가해자 두 명에게

심한 폭행을 당했다.


여러차례 폭행에 쓰러진 학생을 가해자들은 발로 차고 머리를 짓밟았다.



200506 뉴스데스크 <[단독] 또래 집단 폭행한 중학생들…반성없이 제 걱정만>



이유는 피해 학생이 본인들의 가족, 여자친구에 대해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또다른 학생들로부터 건너 들었다는 것.


그 즉시 두 가해자는 친구들을 모아 피해 학생을 불러냈다.


피해 학생은 정신지체를 앓는 중3.

키나 덩치가 또래에 비해 왜소한 아이였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니 기사에 반영하거나

여기서도 분명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무슨 상황이었을지 대충 짐작이 갔다.


무리에서 가장 약자였을 피해 학생을

무리에서 가장 강자였을 학생이 '보여주기' 식으로 폭행했겠지.

본인의 위상이 어느정도인지를 이 피해학생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200506 뉴스데스크 <[단독] 또래 집단 폭행한 중학생들…반성없이 제 걱정만>


취재과정 중 가장 화가 났던 순간은

그 가해자가 해당 사건 이후 본인의 sns계정에 올린 게시물을 봤을 때다.


가해자는 반성이 없었다.

이 행동과 이후의 대처를 두고 '철이 없다'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10년, 20년 후 "그땐 그랬지"라며 곱씹을 수 있는 일탈 따위가 아니다.

가해자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고

이는 분명히 법적으로 처벌 받아야 할 범죄이다.



<미방분> 가해자가 본인의 sns계정에 올린 사진과 글



피해 학생은 그 이후로도 며칠을 의식이 없는채 중환자실에 누워있었다.

피해학생의 부모를 만나 인터뷰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여전히 경황이 없었다.

화를 내야할지, 슬퍼 해야할지 조차 불분명해 보였다.

피해자의 고2 친형은 길길이 날뛰었다.

어찌 안그럴 수 있을까. 당연한 감정이고 당연한 울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보다 괴로울 부모는 오히려 그를 진정시켰다.



200506 뉴스데스크 <[단독] 또래 집단 폭행한 중학생들…반성없이 제 걱정만>



 아버지를 인터뷰 한 다음날

가해자들의 학교에 대해 취재를 시도했다.


주요 가해자 둘은 서로 학교가 달랐다.

피해자의 학교도 달랐다.

고로 총 세 학교가 본 사건과 관계돼 있었다.


한 가해자의 학교(천호중학교)에 전화를 걸자

현재 학생들이 등교를 하는 상황이 아니고

가해 학생도 곧바로 경찰에 잡혀가 정황을 들어볼 방법이 없었다며

"기자님이 저보다 더 많이 아시네요" 했다. 그리곤 전화를 끊었다.


머리를 직접적으로 걷어찬 가해자의 학교(배제중학교)와의 통화에서는

신원을 밝히고 전화를 건 이유를 설명하자

"전화가 잘 안들린다"며 "다시 전화를 걸어주시라"고는 이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기가찼다.

취재기자와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200506 뉴스데스크 <[단독] 또래 집단 폭행한 중학생들…반성없이 제 걱정만>



더 압권은 피해 학생의 학교였다.

피해 학생의 학교 교감은 학생의 장애 여부 조차 알지 못했고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었다.


"지금 하는 말이 '당신이 그러고도 선생이냐'고 하는 것 같아 상당히 불쾌하네요"

"교감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기사에도 피해자 측 학교에서

 상황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밖에는 반영할 수가 없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전화는 또다시 끊겼다.


위 통화 내용이나 학교측의 입장은 최종적으로 데스킹 단계를 거치며

기사에서 제외됐다.

취재기자도 데스크에게 수차례 재고再考를 어필했으나 끝내 기사에서는 빠졌다.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어쨌든 나라도 그 학교들의 반응을 기억하고자 여기에 남긴다.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등교를 안하고

오프라인으로만 수업을 듣는 상황이라 사건 개요 파악이 불가능하고

이후 대처도 불가능하다는 말은 납득이 안된다.


학교들이 학생들의 일상생활까지 관여하여 범죄를 미리 예방 하기는 어렵더라도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그것을 파악하고 대처할 책임은 당연히 있는게 아닌가.


가해자 측 학교와 피해자 측 학교는 그 어떤 연락도 주고 받지 않았고

가해자 측 학교 두 곳에서는 피해자 가족에게도 그 어떤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200506 뉴스데스크 <[단독] 또래 집단 폭행한 중학생들…반성없이 제 걱정만>



경찰의 수사 과정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1. 경찰측에서는 피해자 측의 그 누구도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 피해자인 학생은 의식이 없으니 당연히 조사가 어려웠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가족이라도 불러 조사를 해야하는게 아닐까?

         경찰은 폭력의 이유에 대해서도 가해자들의 말만 들었을 뿐이다

2. 사건에 대해 고작 나흘간 수사 한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 이미 경찰 취재를 할 당시에 사건은 경찰의 손을 떠난 시점이었다.

3. 가해 학생 중 한 명은 피해자의 가장 큰 부상 부위인 '머리'에 직접적인 가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속하지 않았다.

    → 피해 학생의 가장 심각한 부상 부위가 머리라는 것이지 그 외 신체부위들의 부상도 심각하다.

        실제로 피해 학생 어머니가 직접 찍어주신 사진과 영상 속 피해자는 온몸이 멍 투성이였다.

4. 사건 경위나 수사 진행과정에 대해 피해자 가족에게 일절 알려주지 않았다.

     → 인터뷰 과정에서 피해자 아버지는 "경찰이 연락해오거나 자신을 부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아들이 '왜 맞았는지'조차 경찰이 알려주지 않아 모르고 있었다.

5. 취재진에게 CCTV를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사건 장소 주변의 CCTV 소유주에게 문의한 결과

   "CCTV를 경찰에 넘겼다"고 답했다.

     → 취재과정에서 사건 장소인 주차장 골목의 입구를 비추고 있는 CCTV를 발견하고 영상 제공을 수차례

          부탁했으나 결국 그 어떤 말로 설득해도 우리에게 영상을 제공하지 않았고(뉴스에 나간 CCTV화면은

           다른 곳의 CCTV이다. 이 CCTV는 해당 골목으로 가는 길을 비출 뿐 직접적으로 그 골목을 비추지는

           않는다) 그는 수차례 "경찰에 넘겼으니 그 쪽을 통해 받아보시라"는 말을 반복했다.


위 내용도 기사에는 담기지 못했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난 사실을 보도했을뿐

그 이후 대처에 있어서 드러난 여러가지 문제들은 언급되지 못했다.

반의 반쪽짜리 결과물이었다고 생각한다.

많이 아쉽다.








이 글을 쓰는 현 시점을 기준으로 약 2주 전 피해학생은 퇴원했다.

앞으로는 통원하며 재활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보도 이후 한 인권변호사께서 취재기자에게 연락을 해와

피해자 부모와 연결을 시켜드렸고 법률 자문과 장애기관 연결을 약속했다.

또 별도로 장애부모연대에서도 연락이 와 피해자측과 연결해드렸다.


참 다행스런 일이었다.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들은

일어나선 안되지만,

혹시나 이렇게 일어나게 된다면

그것이 꼭 세상에 알려졌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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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760797_32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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