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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카야자 Feb 06. 2024

회복호흡


프리다이빙에서 무호흡(apnea)으로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네 단계에 따라 호흡을 해야 한다.

준비호흡-최종호흡-무호흡-회복호흡.


준비호흡은 말 그대로 무호흡 잠수를 하기 위한 준비단계이다.

이 과정에서부터 한 사이클의 다이빙은 이미 시작된 것.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호흡을 고른다.

이론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으나 보통 들숨보다 날숨을 길게 해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춤으로써

산소의 공간을 최대한 확보한다.

나는 들숨을 네박자에 맞춰 들이마시고

날숨을 여덟 박자에 맞춰 내뱉는다.


최종호흡은 무호흡 직전의 느리고 큰 들숨. 

이 과정에서 무호흡 잠수동안 써먹을 소중한 산소를 모두 저장한다. 

이 또한 이론적으로 정해진 정답은 없으나 최소 한 번에서 

많게는 각자가 편안한 횟수 내에서 반복한다. 

느리고 크게 들이마시고, 짧게 내뱉고 다시 숨을 채워

최대한의 산소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나는 천천히, 신중하게 한 번만 최종호흡을 한다.


그리고 무호흡.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회복호흡이다. 

본 다이빙을 마치고 수면으로 올라오면

무호흡 동안 몸에 쌓인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뱉어내고

그 자리에 산소를 빠르게 채워야 한다. 

"투-"하며 이산화탄소를 내뱉고

입을 크게 벌려 "하압!" 하며 산소를 먹는다. 

본인의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때까지 반복한다.

대회에선 회복호흡 후에 말과 손으로 "I'm OK" 신호를 보내기까지

시간제한이 있으나, 그것이 아닌 개인 다이빙 시에는 

본인이 편안해질 때까지 계속하면 된다. 3번, 4번, 5번, 6번...


이렇게 네 단계가 프리다이빙의 호흡법이다. 




오늘 얘기하고 싶은 건 

네 단계 호흡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회복호흡이다.

숨을 참기까지의 준비과정도 아니고

다이빙의 소중한 연료가 될 산소를 저장하는 과정도 아니고

본 다이빙 동안의 무호흡도 아니고,

다이빙을 시행한 후의 호흡.


이 회복호흡은 본인의 기록에 비해 얕은 수심을 다녀왔든

본인의 숨 참기 실력에 비해 짧은 다이빙을 했든 

모든 경우에 필수적이다.

심지어 블랙아웃(Black Out) 다이버를 구출할 때에도

다이버를 수면으로 데리고 나왔다면 본인의 회복호흡을 하는 것이

블랙아웃 다이버에게 구조 프로세스를 하는 것보다 우선이다. 


프리다이버라면 워낙 익숙하고 당연해진 호흡법이라 

새삼스러운 생각이긴 하지만,

프리다이빙을 하기 위한 호흡법에서

다이빙을 마치고 난 후의 호흡이 이토록 중요하고 우선시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I'm OK"




이를 우리 삶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우리는 소기의 목적을 정하고 나면, 

그를 위해 여러 준비와 노력을 한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면 시간을 들이고

노력이 필요한 일이면 노력을 퍼붓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일이라면 그에 맞는 마음을 먹기 위해 노력한다. 

준비와 노력이 어느 정도 완성됐다면 이제 목표에 맞는 시도를 한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거나,

이루지 못한다. 


그다음 과정은 어떻게 되나? 

목적을 이뤘다면 성취감을 느끼며 기뻐한다.

때로 그다음 단계의 또 다른 목적을 위해 애쓰거나.

이루지 못했다면 좌절하고 포기하거나, 

곧이어 한 번 더 똑같은 목적을 위해 분투한다. 


목표한 수심 달성을 성공하든 성공하지 못하든

곧바로 다음 다이빙 준비에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는 매번의 노력과 시도 뒤 회복호흡의 시간이 없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헤어졌어? 소개받을래?"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잊는 거야"

"연애는 최대한 많이 해봐야 해"


한 번의 다이빙이 끝나면 곧이어 또 다른 다이빙을 추천하는 사람들.

한 번의 다이빙이 끝나면 곧이어 또 다른 다이빙을 준비하는 사람들.




우리의 삶에서도 회복호흡이 필요하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일, 

마음과 감정을 쓰는 일.

그 후의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또는 성공과 실패를 구분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든지 간에

우리에게는 회복호흡이 필요하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지난 일을 되새기기.

시간과 노력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기.

자신의 리듬과 호흡을 되찾기.


프리다이빙 대회가 아닌 한 

몇 번의 회복호흡을 하든 상관없듯이 

우리 삶도 룰이 정해진 경기가 아닌 만큼

회복이 될 때까지 얼마든지,

회복호흡. 


그리고

"I'm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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