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문턱에서

여름이 남기고 간 것들

by 애나 강


무더운 여름이 천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숨이 막히도록 뜨겁던 햇빛, 하늘이 뚫린 듯 퍼붓던 장마비도 이제는 기억 속 풍경으로 남았다. 어느새 계절은 조용히 옷을 갈아입으며, 우리 곁에 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침저녁의 바람이 ‘시원하다’는 말로 충분했는데, 불과 며칠 사이 그 바람은 ‘쌀쌀하다’라는 감각으로 바뀌어 있었다. 계절은 언제나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순간, 성큼 다가와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은 한결 맑아지고, 파란 하늘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 순간 나는 조용히 속삭인다.
“아, 가을이 왔구나.”

가을은 늘 생각을 깊게 만든다. 봄처럼 설레지 않고, 여름처럼 뜨겁지도 않으며, 겨울처럼 차갑게 닫혀 있지도 않다. 가을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게 한다. 선선한 바람이 뺨을 스치면, 지나온 계절의 흔적과 앞으로 올 계절의 무게가 동시에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가을은 늘 ‘잠시 멈춤’이라는 신호 같기도 하다.

곧 긴 겨울이 다가올 것이다. 그 겨울은 얼마나 추울까. 눈은 얼마나 내릴까.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을 미리 상상하며, 나는 이 아침에 작은 물음을 던진다. 그러나 답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내 앞에 있는 바람과 하늘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일 것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흘러가는 것들’에 대해 배운다. 끝없이 뜨거울 것만 같았던 여름도 결국 지나가고, 그 자리를 가을이 채운다. 언젠가 추위가 무겁게 내려앉는 날에도 또 다른 의미와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다. 계절의 흐름은 우리 삶이 늘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오늘 아침, 문득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가을은 단순히 날씨의 변화가 아니다.
지나온 시간을 위로하고,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게 하는 잠시 머무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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