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피로

마음이 서늘해지는 계절의 증상

by 애나 강



요즘 따라 아침이 무겁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눈을 떴는데도 어제의 피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다.
달력은 얇아졌고, 바람은 조금 더 차가워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은 더 둔해지고 느려진다.

가을의 피로는 단순히 계절 탓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무더운 여름을 버티느라 지친 몸,
그리고 아직 정리되지 못한 마음의 먼지들이
선선한 바람을 타고 하나씩 떠오른다.

커피 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것도,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진 것도,
모두 이 계절의 증상일까.
괜히 지나간 일들이 떠오르고,
잘 지내는 사람들의 소식이 마음을 건드린다.

하지만 가을의 피로는
어쩌면 ‘멈춤’을 알려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더 달리지 말고, 잠시 쉬어가라는 뜻.
하루쯤은 느리게 걷고,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라는 신호.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오후,
나는 잠시 창문을 열었다.
서늘한 바람이 볼을 스치며 말한다.
“괜찮아, 천천히 가도 돼.”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가을의 피로는 사라지지 않아도,
이 계절을 견디는 나의 속도는
이제 조금 더 나를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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