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 지금의 나

사랑으로 시작된 어린 시절

by 애나 강



과거의 나는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의 사랑 안에서 자랐다고 믿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나. 그렇게 셋이서 단란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사이 동생들이 태어나고, 집안은 더 분주해졌다.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빠가 혈압으로 쓰러지셨다.
그 순간부터 우리 가족의 시간은 달라졌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엄마는 생계를 위해 쉬지 않고 일하셨다.
나는 어린 마음에도 그 고단함을 느꼈다.
중학교 3학년, 아빠는 끝내 세상을 떠나셨고,
그때부터 ‘힘든 생활’이라는 단어는 내 삶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어느새 나는 공무원이 되어 매달 봉급을 받기 시작했다.
그 돈을 거의 모두 엄마께 드렸다.
형편이 어려우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그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들은 자기 돈으로 옷을 사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며 웃었다.
나는 그저 엄마 생각에 그런 자유를 잠시 미뤘다.
결혼 전까지도 나는 월급을 엄마에게 드렸고,
결혼 후에도 종종 용돈을 보내드렸다.


하지만 내 가정이 생기자 마음이 복잡해졌다.
예전처럼 넉넉히 드리지 못하는 현실,
남편의 눈치를 보며 지갑을 열 때마다 가슴 한쪽이 조여왔다.
엄마가 힘든 건 알지만, 나 역시 내 삶을 꾸려야 했다.


그런데 엄마는 지금도 전화를 걸 때마다 “힘들다”고 말씀하신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마음이 무너진다.
‘나도 힘들어, 엄마. 나도 지치고 있어.’
그 말을 꾹 삼키며, 또 웃는다.


이제는 나를 돌아보고 싶다.
지금까지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내가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엄마는 내 마음을 알까.
끝나지 않는 이 복잡한 마음 속에서
나는 여전히 딸이고,
또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를 품은 채
오늘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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