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싸워도 한 침대에서 자야 한다는 말

그땐 내가 먼저 자고, 지금은 당신이 먼저 잔다

by 애나 강


예전에 어른들이 하시던 말이 있다.
부부는 싸워도 한 침대에서 자야 한다고.
그땐 그 말의 뜻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그렇게 사는 게 부부인 줄 알았다.


신혼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방에서 생활했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러다 아이들이 하나둘 생기고, 밤이 길어졌다. 아이는 자주 깨고, 울고, 보채고, 다시 재워야 했다. 다음 날이면 남편은 출근을 해야 했다.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밤잠을 설치게 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내가 먼저 말했다.


“내가 건너방에서 잘게.”


배려라고 생각했다. 나 혼자 조금 덜 자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그게 생활이 되었다. 세월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고, 그 시간은 꽤 길었다.


아이들은 어느덧 커서 각자 방을 쓰게 되었고, 다시 남편과 한방을 쓰게 되었다. 처음엔 낯설었다. 같은 공간인데도 어색했고, 사소한 소리에도 잠이 깨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사람은 참 잘 적응한다.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나는 늘 피곤했다. 침대에 누우면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꼭 한마디씩 했다.


“어떻게 베개만 대면 그렇게 바로 자?”


그 말이 꼭 칭찬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이없다는 듯한 투였다. 나는 그냥 웃고 넘겼다. 설명할 힘도 없었고, 굳이 말로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다 요즘, 시간이 또 흘렀다.
남편도 나이를 먹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이 눕자마자 푸푸 소리를 내며 잠이 들기 시작했다. 콧소리에, 입으로 새어 나오는 숨소리까지. 예전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예전에 남편이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떻게 그렇게 금방 자?”


이상하게 그 말이 자꾸 생각났다.

아, 당신도 이제 그런 사람이 되었구나.


일을 하느라 피곤해서 금방 잠드는 거겠지.
그땐 내가 그랬고, 지금은 당신 차례인 거겠지.

요즘 나는 남편을 종종 놀린다.


“어떻게 눕기만 하면 그렇게 바로 자?”


그러면 남편은 잠결에 웃으며 말한다.


“내가 그랬어?”
서로 웃는다.


코골이에, 푸푸 새는 숨소리에, 꽤 시끄럽다.
그걸 참고 자는 나 자신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이상하게, 예전처럼 서운하지는 않다.

세월이 흐르니 알겠다.


부부는 늘 공평할 수 없다는 걸.


어느 날은 내가 더 참고, 어느 날은 당신이 더 참는다는 걸.
배려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견디는 일이라는 걸.

그래서 여전히 나는 생각한다.


부부는 싸워도, 불편해도, 때로는 시끄러워도
함께 자는 쪽을 선택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한 침대에서 잔다는 건
사이가 늘 좋다는 증거가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끝까지 같이 건너겠다는 마음의 표시일지도 모른다.


오늘 밤도 나는 남편의 숨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다.


조금 시끄럽지만,
이 소리마저 세월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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