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다 알아볼게. 그냥 따라와."
큰딸의 말 한마디에 나는 가방을 쌌다.
우리는 단둘이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떠났다.
여우신사가 있는 후시미 이나리를 걷고, 오래된 골목의 조용한 찻집에서 마주 앉아 말없이 차를 마셨다. 여행지에서는 매 순간이 영화처럼 흐른다더니, 정말 그랬다. 모든 스케줄은 딸이 정했다. 나는 한 번도 지도를 펼치지 않았다.
그저 딸이 걷는 길을 따라갔다.
그렇게 따라다닌 여정이, 너무나도 좋았다.
“여긴 꼭 가봐야 해. 리뷰 엄청 좋아.”
딸은 맛집도 하나하나 검색해두었다.
처음 먹어보는 일본 가정식 앞에서 나는 "와, 이건 뭐니? 너무 맛있다!"를 반복했고, 딸은 흐뭇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엄마한테 맛있는 거 먹이고 싶었어요’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이미 이번 여행의 모든 목적을 이룬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엄마랑 여행 가면 싸워. 취향도 다르고, 템포도 달라서."
하지만 우리는 참 잘 맞았다.
마음이 맞는다는 건, 같은 곳을 좋아하고 같은 걸 느낀다는 뜻만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서로의 다름을 기다려주고 기꺼이 맞춰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좋은 여행자가 될 수 있었다.
밤이 되면 숙소로 돌아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사소한 수다에서 웃음이 터지고, 한참 전의 기억도 되살아났다.
딸과 함께 보낸 며칠은, 내가 딸을 키운 시간이 아니라
딸이 나를 이끄는 시간이 되었다.
여행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온 지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다음에도 또, 이 아이와 함께 떠나고 싶다고.
이번엔 내가 먼저 말해볼까.
“딸, 또 같이 여행 가자. 나는 그냥 따라가기만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