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은 작은 상처로 다가온다

by 애나 강



어느 날, 차에서 내리다 문턱에 정강이를 스쳤다.
잠깐 따끔했을 뿐인데, 금세 피부가 벗겨졌다.
가볍게 긁힌 줄만 알았는데, 그 자리에 작고 선명한 상처가 남았다.
요즘 들어 자주 그렇다.
크게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멍이 들고,
살짝 스쳤을 뿐인데도 피부가 쉽게 다친다.
그리고 예전보다 더디게 낫는다.

남편도 얼마 전 손을 다쳐 돌아왔다.
일하다가 서랍 모서리에 손가락을 찧었다며,
붉게 부은 상처를 보여주었다.
“많이 아팠겠다” 말하니, 남편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 나이 들어서 그런가… 별로 아프진 않더라.”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아프지 않다는 그 말이 이상하게 더 아프게 들렸다.
세월이 흐르면서 아픔조차 둔해지는 걸까.
아니면, 살아온 날들 속에서 아픔에 익숙해진 걸까.
어쩌면 몸이 알아서 감각을 조금씩 덜어주는 걸지도 모른다.
그 말 한마디에 문득, 우리가 천천히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며들었다.

요즘은 공간 감각도 자주 흐트러진다.
가구 모서리에 허벅지를 부딪히고,
좁은 틈을 지나다 어깨가 스치고,
손에 든 컵이 미끄러지는 일이 잦아졌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된다.
“왜 이렇게 덜렁대지…”

마음은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데,
몸은 분명히 다른 계절을 걷고 있다.
계절은 소리 없이 바뀌고,
우리의 몸도 그렇게, 천천히 변해간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분명한 변화들.
작은 상처 하나, 늦게 찾아오는 통증, 더딘 회복력.
그 모든 것들이 나이 듦의 징표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변화들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조심스럽고,
서로를 더 살피며 살아가게 된다.
다치지 않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아프지 않기 위해 천천히 움직인다.
남편에게 연고를 발라주며 “조심 좀 해”라고 웃고,
내 정강이에 붙인 작은 밴드를 보며 스스로를 토닥인다.
“괜찮아. 아직은 잘 회복될 거야.”

나이 듦은 거창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거울 속 흰 머리카락처럼,
문득 찾아오는 관절의 묵직함처럼,
그리고 아주 사소한 상처 하나로도 그 존재를 알린다.

그러나 그 변화가 마냥 두렵지만은 않다.
시간이 내게 남긴 모든 흔적들 속에는
견딤의 지혜와 살아낸 하루하루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조금 더 다정해지고,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며 살아간다.

작은 상처 하나가 말해준다.
지금 우리는 잘 살아내고 있다고.
조금 느려도, 조금 아파도,
충분히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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