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마음엔 말보다 음악이 먼저였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나는 유난히 외로웠다.
무언가 가슴 안에서 계속 맴도는 말들이 있었지만,
그 말들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족도, 친구도 있었지만,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나는 늘 낯선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같은 마음을 나누는 건 아니었다.
그저 웃고, 고개를 끄덕이며 어울리긴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나는 늘 '조금 다른 아이'로 남아 있었다.
그 외로움은 말이 되지 않았고,
그 고요한 고통은 설명조차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말을 멈추고 노래를 틀었다.
말하지 않아도 내 감정을 이해해주는,
그런 목소리를 찾아 헤매듯 음악에 기대기 시작했다.
그 시절 내 방에는 늘 슬픈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심수봉의 담담하지만 깊은 목소리,
김수희의 울컥하는 창법이 내 마음을 콕 찔렀다.
그들의 노래는 마치 내 마음을 미리 알고 있다는 듯
내가 느끼는 슬픔과 무력감,
그리고 말 못 할 답답함을 대신 이야기해주었다.
기분이 울적한 날이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조용히 노래를 틀었다.
불도 끄지 않은 채 어둠 속에서 이어폰을 끼고
한 곡을 반복해서 들었다.
노래는 내 마음을 정확히 꿰뚫었고,
가사 한 줄 한 줄이 내 속을 들여다보는 듯해서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흘리곤 했다.
가끔은 신승훈의 섬세한 멜로디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기도 했고,
조성모의 애절한 음색에
숨겨둔 감정이 와르르 무너져버리기도 했다.
그 시절의 나는,
단지 노래 한 곡을 들었을 뿐인데
왜 그토록 울 수밖에 없었는지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난다.
눈물은 참 이상하다.
처음엔 감정을 더 무너뜨리는 듯하지만
한참을 울고 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텅 빈 가슴에 다시 숨이 들어오는 것처럼
눈물은 나에게 다시 버틸 힘을 주곤 했다.
그렇게 나는 자랐다.
누구보다 조용하고, 누구보다 감정이 풍부한 아이로.
그리고 내 감정의 가장 깊은 곳을
아무 말 없이 끌어안아준 음악을 친구 삼아
조용히, 조심스럽게 어른이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