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나, 매주 화요일의 전쟁

화요일 아침, 긴장의 시작

by 애나 강

화요일 아침은 언제나 긴장으로 시작된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일지 모르지만, 내게 화요일은 늘 전쟁 같은 날이다.

우리 동네는 매주 화요일이면 쓰레기를 내놓는다. 출근길에 서둘러 내놓은 봉투들이 골목을 따라 줄지어 놓인다. 문제는 요즘 곰이 먹을 것을 찾아 이 길을 따라 내려온다는 것이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인기척이 들릴 때마다 심장이 콩닥거린다. 봉투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아… 오늘도 시작이구나 싶다.

곰을 보면 마음이 참 복잡해진다. 우리가 숲을 잘라내고 길을 내고 집을 지었으니, 곰이 먹을 것을 잃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내려오는 건 살아남기 위해서일 뿐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미안하다.

하지만 새벽마다 마당이 엉망이 되어 있는 걸 보면 그 미안함은 금세 짜증으로 변한다. 음식물이 흩어져 널려 있고, 냄새가 코를 찌른다. 치우려면 먼저 주위를 살핀다. 혹시 곰이 아직 근처에 있을까 봐. 한 발짝, 또 한 발짝.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워지는 그 순간은, 내가 병사라도 된 듯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남편에게 이 얘기를 하면 그는 늘 웃는다.
“곰이 또 왔어? 이번엔 뭐 뒤졌어?”
내 하루가 그의 눈에는 작은 해프닝처럼 보이나 보다. 하지만 나는 전투복이라도 입고 싶은 심정이다. 내게는 아침마다 벌어지는 실전 전쟁인데, 그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듣는다. 그래서 조금 서운하다.

겨울이 오면 잠시 평화가 찾아온다. 곰도 눈 속에서 잠을 자고, 나도 한숨 돌릴 수 있다. 하지만 날이 풀리면 전쟁은 다시 시작된다. 쓰레기 봉투를 내놓으며 나는 속으로 빈다.
‘곰아, 오늘은 그냥 지나가 주라.’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이 전쟁은 곰과 나 사이의 싸움이 아니다. 우리가 먼저 빼앗은 숲, 우리가 만든 길. 결국 곰은 터전을 잃었고, 나는 평화로운 아침을 잃었다.

언젠가는 곰도, 나도 서로를 놀라게 하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
화요일을 ‘전쟁의 날’이 아닌, 그저 평범한 하루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매주 화요일마다,
곰에게도 나에게도 조금 미안한 이 작고 웃픈 전쟁을 계속 치르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서로의 세상을 빼앗지 않고도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조용히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