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을 믿어도 괜찮을까

낯설어진 세상과 마음의 가시

by 애나 강

사랑이 끝나고 난 뒤, 세상은 조금 낯설어졌습니다.
어제까지 분명 따뜻했던 풍경들이 어느새 잿빛으로 변해 있었고,
사람을 향한 마음은 조심스러운 가시에 둘러싸여 버렸죠.

누군가에게 다 주었던 마음이 상처로 돌아오면
다시 그 길을 걸어갈 용기가 쉽게 생기지 않아요.
혹시 또 같은 아픔을 겪게 되면 어쩌나,
내 마음을 내어주고도 결국 혼자가 된다면 어쩌나,
두려움이 먼저 앞서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래서 나는 한동안 스스로를 지키는 데에만 집중하며 살았습니다.
누군가가 다가오면 환하게 웃는 대신
마음을 감추는 게 먼저였죠.
그게 나를 지켜내는 유일한 방법 같았으니까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지만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조금씩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뿐이었죠.
그렇게 나는 사랑을 잃은 후
오랫동안 혼자였고,
사랑을 믿는다는 건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흘려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혹시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군가가 내 상처를 이해해주고,
내가 그 사람의 상처를 보듬을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사랑을 믿는다는 건
상대방을 믿는 일이 아니라
결국은 나 자신을 믿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다시 상처받더라도 이번에는 일어설 힘이 있다는 것,
그걸 믿는 순간 사랑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완벽한 사람을 기다리는 건 착각이었습니다.
상처 주지 않을 사람을 찾는 대신
서로의 불완전함을 마주하고도
손을 놓지 않을 용기를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게 사랑이더군요.

사랑이 또 한 번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실패마저도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조금은 단단해졌다는 사실이
나를 용감하게 만듭니다.

다시 사랑을 믿는다는 건
상처를 잊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상처를 품은 나 자신을 먼저 믿어주는 일이었죠.

그래서 오늘, 나는 내 마음에 조용히 말을 걸어봅니다.
“다시 사랑을 믿어도 괜찮아.
이번에는 아프지 않을 수도 있어.
혹시 아프더라도, 이번엔 더 단단해진 네가 있으니까.”

혹시 지금, 사랑이 두려워
마음을 꼭 움켜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읽는 이 순간만큼은
두려움보다 사랑을 조금 더 믿어주길 바랍니다.

사랑을 잃었다고 해서
사랑할 자격까지 잃은 건 아니에요.
당신은 여전히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아도 되는 사람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당신을 먼저 아껴주면서 걸어가면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의 상처까지 조용히 안아줄 사람이
분명 당신 곁으로 찾아올 거예요.

그때는 부디,
망설이지 않고 사랑을 먼저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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