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서 느낀 희열과 쓴맛

by 기네스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 쓴 논문을 교수님께서 특허까지 출원해주신 뒤에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다. 우선 가까운 곳으로 유학을 생각하며 일본으로 갈 계획을 세웠고,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유학을 위해서는 한국에서 영어를 준비해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시중에 알려진 학원과 광고를 둘러보며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니, 영어가 태어나 처음으로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이쯤에서 친구의 도움도 컸다. 마침 홍대에서 외국인들과 자주 어울리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 덕분에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할 기회를 얻었다. 시험 준비로 한껏 자신감이 있던 내게 외국인과의 만남은 무척 설레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정작 대화를 시작하려니 단어 하나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초등학생 때만큼도 영어가 안 된다는 걸 실감하면서 실망감에 크게 빠졌고, 하루 종일 얼빠진 표정으로 있다가 집에 가는 길에 친구가 물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했어? 대화하고 싶다며?"
"몰라… 아무 말도 안 나와. 영어는 진짜 나랑 안 맞나 봐."

그러자 친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여기 공부 좀 한다는 애들도 나보다 영어로 말 못해. 왜 그런지 알아? 잘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래.

잘한다고 생각만 하니까 정작 해본 적은 없잖아. 틀려도 괜찮아. 쟤들도 틀리거든."

그 말에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원어민도 실수한다니? 말이 되나 싶어

"원어민이 문법을 왜 틀려?"

라고 물었더니 친구는 픽 웃으며 말했다.

"너 한국어 문법 100% 다 맞출 수 있다고 자신해?"


그날 그 말이 나에게 망치처럼 내리쳤다. 그동안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갇혀서 시도조차 제대로 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대화의 목표는 말이 잘 나오는 게 아니라 의사소통이었다. 그제야 내가 영어를 잘하려고만 했지, 실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본 대화부터 시작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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