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라는 언어가 가진 힘, 그리고 그 힘이 얼마나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지는 나만큼 잘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진심으로 미국이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이 말이 믿기 어렵겠지만, 영어 선생님이 된 지금의 나도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만약, 그때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영어 공부법을 알았더라면 내 인생이 이렇게 돌아가지는 않았을 텐데....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해외에 나가본 적도 없었다. 우리 집안에서는 영어를 쓸 사람도, 영어를 쓸 필요도 없었다. 어머니는 공장에서 일하셨고, 아버지는 교도관으로 교도소에서 일하셨다. 처음 여권을 만든 것도 일본 여행을 가기 위해서였고, 내 인생에서 영어가 큰 의미를 갖게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집에서 자란 나는 외국인도 처음 봤다. 물론 그 외국인은 사람이 아니라 외계인 "지토"였다.
어린 마음에 지토와 영어로 왓츄얼네임(What's your name?) 하며 따라 노래하고 춤출 때는 영어가 참 쉽고 즐거웠다. 그땐 영어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외국인 원어민 선생님이 처음 학교에 왔을 때 난 깜짝 놀랐다. 그 선생님은 키도 크고, 코도 크고, 말하는 것도 무서웠다.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낯선 외모에 겁이 나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영어를 정말 잘하는 모습을 보았다.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생님께 다가가 물어봤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영어 잘할 수 있어요?” 선생님이 뭐라고 대답해 주셨지만,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 그 대답을 기억했더라면 내 인생의 10년은 아낄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멍청했다. 그렇게 중학생이 되었고, 지토는 사라지고 to 부정사와 관계대명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릴 적엔 외계인 친구와 춤추며 즐겼던 영어가 이제는 갑자기 무서운 상대가 되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제야 영어가 내게 있어 너무 멀고도 어려운 언어임을 깨달았다. 그런데 선생님은 말하길, 이걸 알아야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이해를 바탕으로 공부하기보다는 암기를 요구하는 문법이었던 것이다. 중학교 때 열심히 공부했지만 첫 시험은 40점, 그 성적을 받고 나는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과학과 수학이야 이해가 되는 내용들이라 괜찮았지만, 영어 문법은 이해도 안 되는 내용을 외워야 했기에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게 영어를 포기하고 말았다.
내신에서 영어 성적이 발목을 잡았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과학고나 외고에 도전해 보려고 했으나, 과외 선생님은 내 영어 실력으로 외고에 가면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솔직하게 조언해 주셨다. 결국 특성화고를 목표로 삼게 되었는데, 이마저도 영어 성적에 발목이 잡혔다. 그렇게 영어는 또다시 나의 발목을 잡았고, 이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도 영어는 걸림돌이 되었다.여기까지만 보더라도 영어를 굉장히 싫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것이다. 대학이후의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