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차가 더 더러운 이유는 00 때문이다
와라세차장 스토리 9
지난 며칠 동안 출고된 지 1-2년밖에 되지 않은 신차를 타고 세차장을 찾는 젊은 여성운전자 몇 분이 계셨다. 삼십 대 전후로 보인다는 점 이외에도 그들에게는 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새 차를 뽑고 나서 세차를 거의 하지 않거나, 1년에 한두 번 하거나, 지난 1-2년 동안 한번 했다고 한다. 그들의 차는 최근 연식과 어울리지 않게 신차 특유의 광택을 잃고 있었다.
문득 몇 년 전 보았던 드라마가 떠올랐다. '고백 부부'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 마진주와 최반도는 과거 대학시절에 처음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발랄하고 쾌활한 성격의 두 주인공은 미팅에서 서로 첫눈에 상대를 찜했다. 그리고, 행복한 연애를 했고, 마침내 결혼에 이르렀고, 귀여운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짙은 청색 티볼리가 들어온다. 얼마나 세차를 안 했는지 묵은 때가 잔뜩 묻어있다. 옅게 썬팅한 유리창 안으로 유아용 차량 시트가 보인다. 애를 키우며 직장 생활하다 보니 세차할 시간이 잘 나지 않았다고 한다.
드라마 '고백 부부'에서 마진주가 유모차를 끌고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한 무리의 여대생들이 깔끔한 원피스를 예쁘게 입고 즐겁게 떠들고 있을 때, 그 옆에 허름하고 분유 묻은 티셔츠를 입고 있는 자신이 그렇게 꾀죄죄해 보일 수가 없다.
드라마 고백부부의 장면우리는 보통 옷을 입어도 더 깨끗하게, 단정하게, 세련되게 입기를 원한다. 신는 신발도 깨끗하게, 매는 가방도 더 고급져 보이길 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바쁘거나 신경 쓸 일이 많거나 할 때 차는 맨 마지막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차는 우리가 갖고 다니는 것 중에 제일 비싼데도... 일상에 떠밀릴 때 가장 신경 쓰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티볼리 차주 역시 집안일, 회사 일, 육아 일 등등으로 차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으리라는 것은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다. 세차하는 모습이 영 서툴러 보인다. 세차하는 법을 간단히 알려드렸다. "그렇지요. 이제 거품 바르고... 이제 고압수로 헹구면 됩니다!" 그러자 근처에서 세차를 하고 있던 다른 손님 한분이 자기도 도와주겠다고 했다. 자신이 쓰던 물왁스를 차량 전체에 삭삭 발라주고 열심히 문지르고 나니 잃어버렸던 또는 잊어버렸던 차의 광택이 되살아 났다. 마치 마법처럼, 세차를 마치고 난 티볼리는 마치 2년 전 새 차였을 당시로 돌아간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이 여자 손님은 너무나 고마운 나머지 아메리카노 한잔씩 대접하고 싶어 했지만 근처에 커피숍이 없으니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어제 오신 손님 한분 역시 여성 운전자였고, 자신의 차는 남편 회사에서 만들었다고 했다. 진청색의 트레일블레이저였다. 그 손님 역시 애기가 있었고, 세차는 차 뽑고 2년 동안 한 번인가 두 번인가 했다고 한다. 세차장 주인 입장에서 세차가 서툰 손님에게는 왠지 신경이 좀 더 쓰이고 이것저것 도와드릴 일이 생긴다. 어떤 경우에는, 드물기는 하지만 손님 입장에서도 신경이 쓰여지게 되기도 한다. 한 남자 손님이 그 여자 손님을 돕겠다고 자청한다.
이 남자 손님은 마치 자기차를 세차하듯이 정성스레 닦고 문지른다. 바쁜 일상의 때들이 한 꺼풀씩 벗겨지자 이 차 역시도 원래의 은은하고 밝은 빛을 찾았다. 고마운 나머지 커피집이 어디냐고 물었고, 없다고 대답했다.
그 여자 손님은 세차장 후기 글에 이렇게 남겼다. "오늘 손세차 처음 했는데 헌 차 들고 가서 새 차 가지구 왔어요!!"
오늘 낮에 아이오닉 5 전기차를 타고 오신 여자 손님 역시 애기가 있었고 차는 더러웠다. 떠나기 전 커피숍 위치를 물었고 없다고 대답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고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오셨다. 향기가 좋은 딸기를 사 오셨다.
며칠 동안 세차장을 찾아주셨던 이 여자 운전자 분들이 세차를 끝낸 후 밝은 표정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매우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차가 예전처럼 깨끗하고 반짝이는 모습을 통해 새 차를 뽑았던 그때를 떠올렸을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마치 드라마 고백 부부에서 마진주와 최 반도가 예전 자신들이 가장 빛났던 시절로 다시 되돌아갔던 것처럼, 이 손님들 역시도, 그때 좋았던 그 시간 어느 때로 돌아가는 경험을 했기를 바란다. 최소한 세차가 노동이 아니라, 자신의 일부를 가꾸는 일이라 여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이아닉5 운전자가 가져다준 봄 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