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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국 Sep 11. 2020

이 시국에 야유회를 간다고요?

 중간 간부직원의 호출을 받은 팀장이 전달받은 내용을 팀원들에게 전달한다. 지루한 내용이 이어졌다. 그는 이내 마지막 전달사항을 덤덤하게 전달한다.


대표님께서 임직원이 함께하는 야유회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전달받은 팀원들의 미세한 동요가 느껴졌다.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누구도 어떤 말을 꺼낼 수 없었고 정적만이 흘렀다.






 수도권에서의 코로나 19 확진자 급증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식당, 학원 등의 집합시설 이용은 제한되고 각종 모임 활동은 통제되고 있다. 누군가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일상의 불편을 겪고 있다. 다른 누군가는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의 특성상 결코 경각심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앞으로의 상황은 현재로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확진자 수는 한자리로 줄어들고 정부의 조치는 해제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확진자 증가 추세라면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더 크다. 지금보다 상황이 조금이라도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면 주의하고 조심하는 게 당연하다.






 누가 임원에게 야유회 건의를 했는지, 임원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해졌다. 340여 명을 사망케 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일상을 마비시킨 바이러스의 기세가 막강한 이 시국에 왜 야유회를 결정한 것일까? 올해 초부터 모든 대외활동을 하지 못해 쌓여있는 임원들의 답답함을 풀어주기 위한 중간 간부직원의 처세인지, 아니면 경각심 없는 몇몇 임원들 스스로 내린 능동적 결정인지 잠시 생각해본다. 물론 이유는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을 것이다. 조직의 일개 부속품인 내게 그 누구도 이유를 알려줄 리 만무하다.






 상식 이하의 결정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포털사이트 뉴스 페이지를 살펴본다. 열흘 동안 세 자릿수 이상의 신규 확진자 발생,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17명의 확진자 발생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내가 사는 곳은 이처럼 코로나 19가 현재 진행 중이다. 회사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사는 곳은 과연 코로나 19가 완치된 그런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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