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놀이하는 선배들

회사가 부끄러운 이유

 오후 업무를 시작하려는데 팀장이 호출한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그는 내게 모니터 화면을 보여준다. 본 적이 있냐는 물음에 모니터에 띄어진 것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것은 기업정보 사이트에 누군가가 작성한 회사의 민낯 같은 글들이었다. 열심히 근무해도 인정해주는 분위기의 조직이 아니니 전혀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다수였다. 그 외 쓰인 내용을 훑어보던 중 내 시선을 훔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선배들이 일진놀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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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글들은 입사 저 연차의 후배 직원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회사의 분위기 파악이나 사내정치의 셈 같은 것을 논할 시기가 아닌, 그저 일을 배워가며 성장해야 할 시기의 직원들이 이런 점들을 언급했다는 것이 적잖이 놀라웠다. 한편으로 회사의 민낯을 들켰다는 생각에 몹시 부끄러웠다. 선배로서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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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내게 무엇을 해줬는지 생각해봤다. 모르겠다. 없다. 그들은 권위를 앞세워 모든 것을 그들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있다. 희생, 헌신, 배려, 존중 같은 덕목은 그들에게 기대할 수 없었다. 매 순간 조직의 발전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한 처신과 의사결정을 일삼는다. 의사결정의 결과는 늘 비효율적이고 비난의 대상이었다. 자신들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직원들을 천거하며 자신을 따르지 않는 직원들을 철저히 배척한다. 꼬투리를 잡아 힐난하며, 앞에서 말하지 못하는 소심한 선배들은 뒤에서 비겁하게 험담을 일삼는다. 그들은 비겁한 위선자들이며 더러운 쓰레기들이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이미 후배들은 다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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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보여준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팀장이 물었다. 솔직하게 되물었다. "팀장님은 이 내용에 대해 객관적으로 반박할 수 있으세요?" 팀장은 어벌쩡 대답했다. "아니, 그러니까 뭐 반박하려면야 얼마든지.. 충분히 반박할 수 있지.. 그런데 말이야 이걸 이렇게 외부에 공개된 공간에 쓰면 어쩌자는 거야. 외부에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부끄러움을 느낀 나와 달리 팀장은 불편한 사실을 발설한 누군가에게 화가 나는 모양이다. 우리의 조직은 이렇게, 서서히 붕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