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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국 Dec 02. 2020

퇴근길, 버스에서 펑펑 울었다

미움받는 직장인의 삶

학생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직장인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얀 셔츠에 한 손에는 가방을 들고 정해진 시간까지 출근해 밤늦게 까지 야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떠올라서 그때는 싫었던 것 같다.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언급되던 때에는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직장인이 되었다






녀석의 타깃은 어김없이 나였다. 당신과 같이 입사한 입사동기와 당신 부서에 일 없이 앉아 있는 나이 많은 선배를 인사 발표 시기가 아닐 때 진급을 시켰다면, 당신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녀석은 늘 이렇게 치사한 방법으로 내게 메시지를 던진다. 자신에게 불편한 감정을 안겨준 나를 가장 잔인하고 굴욕적인 방법으로 철저하게 짓 밝고 있다.


마음속 분노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일 한 것에 대한 성과를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특별히 열심히 한 것이 없는 내 주변의 직원을 일부러 진급시켜 내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 다는 것. 원한관계의 전 직장동료를 찾아가 흉기를 휘둘렀다던 누군가의 범죄 기사가 문득 떠올랐다.


팀장이라는 사람이 위로랍시고 하는 말이 가관이다. 그가 한 말이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나서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나 때는 주임 승진하는데 10년,
과장 승진하는데 10년이 걸렸어.
그리고 다른 조직들도 다 똑같아.

이 미친 사람이 내게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정말 묻고 싶었다. 그의 말을 더는 듣고 싶지 않아서 마스크 너머로 뿜어 나온 습기가 안경에 맺혀 앞이 안 보일 때까지 그에게 열변을 토했다. 그는 내 말에 대꾸 없이 알았다고, 그만 가보라고 한다.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에서 음악을 들었다.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된 Ava Max의 곡이 떠올랐다. 영동대교를 건너가는 버스 안에서 이어폰을 타고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펑펑 울었다. 참고 참았던 서글픈 마음인데 노래 속 가사가 더 이상 당신의 마음을 억누르지 말라고 한다. 당신은 지금 잘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지금과 같이 하면 된다고.


You might think I'm weak without a sword.
But if I had one, it'd be bigger than yours. 
To all of the queens who are fighting alone.
Baby, you're not dancing on your own.

Ava Max의 Kings & Queens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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