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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국 Sep 06. 2022

대화의 태도

대화는 캐치볼이다


비록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나는 대화를 좋아한다. 대화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이다. 마음이 잘 맞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은 즐겁다. 그래서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대화하기 어려운 상대는 말을 하는 도중 내 말을 끊고 자신의 말을 일방적으로 하는 사람이다. 대화는 캐치볼이다. 서로 공을 던지며 주고받고 하는 행위와 비슷하다. 프로야구 경기에 등판한 투수와 포수처럼 한 명은 전력으로 공을 던지고 다른 한 명은 묵묵히 공을 받아주는 모습의 대화도 있다. 이상적인 대화의 모습은 아니기 때문에 나는 그런 대화를 지양한다.


경청은 어렵다. 타인의 말이 끝날 때까지 듣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타인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나의 말을 해야 한다. 이것은 대화의 암묵적인 규칙이다. 예의이다. 생각해보자. 말을 하는데 상대방이 내 말을 일방적으로 끊고 갑자기 자신의 말을 한다면? 대화 도중 그런 태도를 경험한다면 과연 기분이 좋을까?


무슨 말이 그렇게 급히 하고 싶어 타인의 말을 끊고 자신의 말을 하고 싶을까 생각해본다. 지금 나누고 있는 대화의 주제보다 더 중요하게 전달해야 할 말이 있으면 그럴 수 있다. 아쉽게도 내가 대화를 나눈 상대 중에 이런 이유로 내 말을 끊고 자신의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강압적 태도가 그 이유다. 몇 년 전까지 '답정너'라는 말이 자주 쓰였다. 대화하는 상대방에게 답은 정해져 있으니 형식적인 대답만 하라는 대화 태도를 일컫는 말이다. 이렇게 나누는 대화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와 그의 공을 묵묵히 받아주는 포수의 캐치볼도 분명 대화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포수는 투수의 공을 받기 위해 쪼그려 앉은 자세로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굉장히 힘든 자세다. 그런 자세를 경기가 끝날 때까지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일상의 대화가 투수와 포수의 캐치볼처럼 전력투구할 필요가 있을까? 투수와 포수의 캐치볼만이 대화가 아니다. 서로의 차례를 지켜가며 서로가 받을 수 있는 속도로 공을 던져주는 것이 일상에서의 캐치볼, 일상에서의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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