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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국 May 07. 2020

글쓰기의 기적

나의 글쓰기 도전기

 첫 글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썼다. 아동문학가 담임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어 서투르게 동시와 독후감을 썼다. 선생님의 칭찬에서 생애 최초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꼈다. 아쉽게도 글을 쓰는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중등교육은 작문보다 주입식 독해를 강요했다. 글쓰기는 어느덧 머릿속에서 잊혔다.


 취업을 준비하며 글쓰기를 다시 만났다. 안타깝지만 취업을 위한 글쓰기에서는 이전과 같은 즐거움을 찾을 수 없었다. 고통스러운 글쓰기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부족하게 쓴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회사에 운 좋게 취업하였고 글쓰기는 계속됐다. 회의록, 보고서, 기안문, 품의서부터 대표의 인사말까지 직장생활은 글쓰기의 연속이었다. 고통스러웠던 글쓰기는 곧 치열한 생존의 글쓰기가 되었다.






 단조로운 직장생활은 나를 잃어가는 과정이었다. 취미생활을 즐기고 배움과 투자에 관심을 두는 동료들을 보며 자극도 받았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실행에 옮긴 것은 없었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답을 찾기 위해 발버둥 쳤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는 날이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휴대전화 알림을 무심코 확인했다.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의 신간 홍보 알림이었다. '회사에서 글을 씁니다'라는 다소 흥미로운 책 제목에 마음이 끌렸다. 대수롭지 않게 읽은 프롤로그의 내용이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음 날 바로 책을 구입하고 단숨에 완독했다. 독서를 마치고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는 쓰고 싶었다. 남을 위한 글이 아닌 나를 위한 글, 내가 원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무엇을 써야 할지 생각했다. 단조로운 일상이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는지 의심했다. 생각은 많아지고 고민은 깊어졌다.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막막한 마음에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여럿 찾아 읽었다. 독서를 마치고 고민은 부끄러운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책은 어리석은 고민을 하는 내게 현명한 답을 내려주었다.


당신의 이야기는 당신만의 이야기다. 일단 써라

다시 자신감을 가지고 용기를 냈다.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볼 수 있는 글이 아닌, 타인과 나눌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쓰고 싶었다. 부가적인 목적보다 글쓰기 본질에 순수하게 집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찾고 있었다. 브런치는 내가 찾던 공간이었다. 승인된 작가만이 글을 발행할 수 있고, 광고성 글의 발행도 불가했다. 고민 없이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얼마 후, 나는 브런치에서 잊혔던 글쓰기의 즐거움을 되찾았고, 브런치는 내게 '작가'의 호칭을 선물해주었다.






 '회사에서 글을 씁니다'의 저자 정태일 작가는 글쓰기의 구심력과 원심력을 이렇게 언급했다.


구심력은 자기 내면을 관찰하는 힘입니다. (중략) 원심력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내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탐험하고 탐구해야 합니다. (중략) 결국 글을 잘 쓰려면 나를 아는 것, 그리고 내가 아닌 것에 호기심을 갖는 것, 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합니다.


 나를 위한 글을 쓰기 시작하며, 작가의 말처럼 일상을 관찰했다. 평범하고 무료하다고 느꼈던 일상은 사실 특별하고 소중한 일상이었음을 깨달았다. 출퇴근길 무심코 지나친 풍경들,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들, 회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기계적으로 처리했던 업무들.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관찰했다. 새롭게 떠오른 느낌을 꾸준히 기록하고 생각했다.


 글을 쓰는 순간은 본연의 나와 마주했다. 내 안에 느껴지는 작은 감정의 변화에도 귀를 기울였다. 켜켜이 쌓아둔 감정들을 쓸 때마다 꺼내어 느꼈다. 분노와 마주하고 화를 토해내며 쓴 날도, 슬픔에 젖어 자신을 위로하며 쓴 날도 있었다. 나를 돌아보며 내면을 마주하는 글쓰기는 나에게 곧, 마음의 안식을 선사했다.


 구심력과 원심력을 갖춘 글쓰기는 내게 특별한 일상을 발견하게 해 주었다. 나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고, 무엇보다 상처받은 나를 치유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생각보다 많은 분께서 발행한 을 읽어주셨다.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주는 것에 가슴이 벅찼다. 결과적으로 나의 글쓰기 도전은, 자신과의 새로운 약속과 더욱 의미 있는 도전으로 이어졌다. 지금처럼 일상을 관찰하고 내면을 마주하며 꾸준히 글을 쓰기로 스스로와 약속했다. 누군가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습득한 지식을 많은 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좋은 글을 쓰기로 목표를 세웠다.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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