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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 May 13. 2020

지구 민폐인

지구는 빌려 쓰는 겁니다 ㅠ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우주선이 지구를 도는 그림을 그리거나 다른 행성들과 지구를 그리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지구에 사는 우리를 그리면서 '지구인'이라고 적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요즘 우리가 지구인이 맞나? 민폐인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다워야 합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다워야 합니다 라는 화장실 문구도 있잖아요. 

지구가 화장실만도 못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쯤은 거북이 코에 빨대가 박힌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저는 그 사진을 보고 빨대의 문제를 크게 자각하게 되었어요. 부끄럽게도 충격적인 실체를 본 뒤에야 내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구나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사용하지 말자라고 하는 것보다 

우리가 어떤 민폐 짓을 하고 있는지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지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많이 아는 사례보다는 책에서 본 좀 더 충격적인 사례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기사에 나온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플라스틱의 재앙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제가 영어 공부와 플라스틱 줄이기 실천을 위해 'How to give up plastic' 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요. 

여기에 나온 사례들을 공유할게요.


1. 칠레 파타고니아 펭귄 군집

파타고니아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져 있는 지역인데요. '트레블러' 아르헨티나 편에서도 파타고니아가 나왔죠. 칠레 파타고니아 지역에 작은 섬이 있는데요. 그곳에 펭귄 군집 서식지가 있다고 합니다. 펭귄들은 부화기부터 새끼가 자라날 때까지 둥지에서 새끼들을 보살피는데요. 이를 위해 둥글게 땅을 파서 보금자리를 만들고 입으로 가지들을 물어다가 따뜻하게 만듭니다. 이때 바다에서 플라스틱 포장지를 주어 둥지를 만든 모습을 보게 된 거죠. 남아메리카의 최남부 지역이고 그곳에서도 섬인 장소에서도 플라스틱이 존재감을 드러낸 사례입니다.  


2. 펩시 상표가 붙은 바닷가재

2017년 캐나다 뉴 브룬스윅(New Brunswick) 주의 한 어부가 펩시 상표가 몸에 붙은 바닷가재를 발견했습니다. 사진을 찾아보니 빨간색, 파란색, 회색이 정확하게 보이고 누가 봐도 펩시 상표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바닷가재 몸에 왜 붙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출처 : 가디언지 (https://www.theguardian.com)

3.  배속에 플라스틱이 가득 찬 바다새

미국의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Chris Jordan)의 알바트로스 (Albatross) 사진을 보면 결코 잊히지 않을 겁니다. 플라스틱에 대한 자연이 보내는 경고 중 가장 강력합니다. 알바트로스는 바다새로 날개가 3미터가 넘을 정도로 굉장히 큰데요. 이 작가가 북태평양에서 죽은 알바트로스를 발견합니다. 사체가 플라스틱 조각들과 함께 부패하고 있었고 위가 플라스틱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합니다. (사진은 보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아파서 못 올리겠습니다 ㅠ)

또 2015년 호주의 한 과학자들이 바다새들 중 90% 이상이 내장에 플라스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사람들과 접촉이 적은 야생동물들도 인간이 미친 악영향을 피할 수 없는 거죠.


4. 플라스틱 암석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지질 박물관에는 플라스틱 암석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시생대, 원생대, 고생대, 중생대, 신성대 암석들 사이에 플라스틱 암석의 존재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이 플라스틱 암석은 하와이에서 발견된 것으로 화산 분출로 인해 플라스틱과 마그마가 뒤엉켜 만들어진 암석인 것입니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출현의 증거

EBS 다큐프라임의 '인류세 2부-플라스틱 화석' 편에서 하와이대 해양지구과학과 박사의 인터뷰 내용이 경각심을 높여줍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부터 한 단계 나아간 거예요.
지질학의 역사적 일부가 되어버린 거니까요.


플라스틱 암석은 '인류세(世, Anthropocene)' 출현의 증거입니다.  

크뤼천이 2000년에 처음 제안한 용어로써,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이다.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체계는 급격하게 변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뜻한다. (출처: 두산백과)

2016년 필리핀 마닐라만(Manila Bay)에 있는 프리덤 섬(Freedom Island)은 해양조류보호구역인데요. 이 섬을 1미터 파면 플라스틱 쓰레기와 모래가 뒤섞인 층(Layers)이 나온다고 합니다. 만약 이곳에도 화산 폭발이 일어난다면 묻혀있는 쓰레기들이 거대한 지질층으로 발견될 수 있겠네요...


이제 플라스틱은 인간이 남긴 흔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머문 자리가 아름다워야 하듯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도 머문 자리를 아름답게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EBS 다큐프라임의 '인류세 2부-플라스틱 화석' 편 링크입니다. 

https://youtu.be/VtcSFKprTPo


언니는 글을 쓰고, 동생은 그림을 그립니다.

글 : 김 연 /그림 : 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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